비누 - 정진규
비누가
나를 씻어준다고 믿었는데
그렇게 믿고서 살아왔는데
나도 비누를 씻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 다 닳아져야 가서 닿을 수 있는 곳,
그 아름다운 逍耗를 위해
내가 복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누도 그걸 하고 있다는 걸
그리로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침내 당도코자 하는 비누의 고향!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바 아니며
다만
아무도 혼자서는 씻을 수 없다는
돌아갈 수 없다는
나도 누군가를 씻어주고 있다는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이 발견이 이 복무가
이렇게 기쁠 따름이다 눈물이 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