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마와 카네키
어린 왕자와 장미
"오직 하나뿐인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수백만 개의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그는 마음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꽃이 저 별 어딘가에 있겠지…….'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린다면 그에게는 세상의 모든 별이 빛을 잃어버린 기분일 거라고요!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요?"
어린 왕자는 말을 더 잇지 못하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나는 조용히 연장을 내려 놓았다. 망치와 볼트, 갈증과 죽음이 모두 부질없이 느껴졌다.
거기에는 어느 행성에서 내 별인 지구에 온, 위로해 줘야 할 어린 왕자가 있었다. 나는 두 팔로 어린 왕자를 보듬어 안았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 네 양에게 입마개를 씌워 줄게. 그리고 꽃에게 보호망을 입히고……."
*
"너희는 나의 꽃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도 길들지 않았으니까.
너희는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와 같아.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도 수많은 여우와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나의 친구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장미들은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어린 왕자가 이어 말했다.
"너희는 아름답지만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내 꽃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너희 모두보다 내 꽃 하나가 내게는 더 소중해.
내가 그 꽃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 줬으니까.
바람막이로 꽃을 가렸고 벌레를 잡아 줬으니까. 물론 두세 마리 벌레는 나비가 되라고 놓아주긴 했지만…….
그리고 꽃이 투덜대거나 잘난 체를 해도 받아 줬고 가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곁에서 지켜봤으니까.
내 꽃이었기 때문에!"
*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이번에도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잊지 않으려고 따라 말했다.
"내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서는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으니까. 너는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
"나는 내 장미를 책임져야 해."
어린 왕자는 여우의 말을 되풀이해 웅얼거렸다.
*
"아저씨, 약속은 꼭 지켜야 해요."
"무슨 약속 말이냐?"
"약속했잖아요. 내 양에게 입마개를 씌워 준다고……. 나는 그 꽃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
"아저씨…… 난…… 내 꽃에게 책임이 있어요. 내 꽃은 아주 연약하고 순진해요.
하찮은 가시 네 개로 자신을 지키려고 해요."
아리마와 카네키의 관계는 주인과 잡종, 어린왕자와 장미, 아버지와 아들.
하지만 결국에는 서로 대적할 수밖에 없어서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