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가는 사람
유성규
노을이 뚝뚝지면 너는 또 서러운 문둥이
시메나루 강을 건너 이름 석자 남겨놓고
멀건 달 무주 공산에 발가락도 묻어놓고
어디를 가려 한다 천명을 가려 한다
눈썹을 빼간 바람 네가 좋아 사느니
잉잉잉 눈물 말리는 소록도를 가려 한다
조막손 고운 문둥이 은전 한 잎 빠뜨렸네
햇살이 하도 고와 신앙처럼 반짝이네
그 신앙 결이 고와서 그냥 두고 떠나네
아직은 밉지 않은 밭두렁을 베고 누워
불개미를 따돌리고 다시 쩔룩 고개 너머
천형을 등에 업고서 쩔룩쩔룩 남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