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하늘이 물구나무를 섰다
단감나무 과수원에 부서진 햇살
잎새마다 촘촘히 스며
속살을 태우느라 부산하다
허공을 선회하던 고추잠자리 한 쌍이
서투른 원을 그리며 짝을 좇는데,
가로수를 등지고 서 있는 아이 하나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하품을 입에 문 채
빈 과자봉지만 떨군다
담쟁이덩굴 창틀로 기어올라
낮은 실바람 지날 때마다
사르락 사르락
어릴 적 신랑각시의
수줍은 목소리가 묻어오고
여문 해바라기 고개 너머로
햇살무늬 낙엽 한 잎,
하! 꼭대기만 장식한 은행나무는 왕관
전망 좋은 방안의 나는 여왕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