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처마 밑 장터가 있다
시대에 밀리는 대장간 농기구부터
막걸리 판 걸쭉한 잡담들까지
박물관 정신과 치료소이다
스치는 바람도 발길 머무는
동네 모정 같은 열린 사랑방
일상을 박차고 일어설 지팡이고
충전소이면서 배설구이다
도심 숲 벗어나 이곳에 들면
배우와 관객 구분 없이 북새통을 이루고
멜랑콜리아 방랑증후군을 앓는
나는 어차피 관객일 것이므로
호기심 열어 요모조모 뒤적여가며
갇혔던 마음병을 치료받는다.
일상을 깨뜨린 비상탈출구
오진법으로 비만을 줄인 적수(適數)
1/6 2/7 3/8 4/9 5/0, 내겐
전국을 누빌 명분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