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세워놓은 전신거울에 가을 신상으로 맞춘 자신의 옷매무새와
어제 미용실에서 10만 원을 들인 러블리 펌 헤어를 점검한 후 엔도르시는
탁자 위에서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기로 시선을 돌렸다.
에밀리 톡의 1자가 사라지지 않게 보이는 화면만으로 확인해보니 같은 대학의 징글징글한 선배들이다.
내용은 오늘 학교 갈 때 태워줄게 오늘 점심같이 먹을래? 오늘 수업 끝나고 시간 있어?
등 그 외 9명에게 각각 비슷한 내용으로 데이트 신청이 와있었다.
"... 호구들."
그런 단어를 작게 읊조린 엔도르시는 기지개를 한번 켜고 현관으로 가
미리 준비해놓은 백을 들고 산지 얼마 안 된 고가의 명품 힐을 신었다.
그리고 다시 신발장의 거울로 자신의 전체 매무새를 점검했다.
"역시 나란 여자는 완벽하네."
인류 문화유산 그자체인 자신의 자태에 만족한 엔도르시는
현관문의 손잡이를 돌리며
오늘 지을 가식적인 미소를 한번 지어 보인 후
문밖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오늘은 대학 신입생들의 환영회 날이다.
엔도르시가 어제 미용실을 다녀온 것도 중요한 날 입으려고 일주일간 아껴놓은 신상 원피스를 입은 것도
평소에는 닳아 버릴까 봐 잘 신지 못하던 명품 힐을 신은 것도 그 때문.
엔도르시는 오늘 괜찮은 신입생들을 자신의 어장에 넣기 위해 다분히 노력할 참이다.
어느새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엔도르시는 핸드폰을 꺼내어
그사이 온 톡 내용을 확인하고 하나하나 귀찮지만 빠르게 그리고 대충 적은 것이
티 나지 않도록 답장을 보내었다.
그리고 핸드폰의 거울 어플로 혹시 화장이 뜨진 않았는지 다시 확인한 후
조용히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운수가 좋지 않을 것 같다.
아까부터 계속 엔도르시를 힐끗힐끗 쳐다보던 남자 한 명이
엔도르시에게로 다가와 번호를 주면 안되느냐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엔도르시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르게 스캔했다.
스캔 결과 이 남자는 잡어다.
어장에 넣을 가치조차 없다.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 엔도르시는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번호를 주기는 곤란하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집요하게 엔도르시의 번호를 물고 늘어졌다.
어쩐지 성희롱적인 시선이 엔도르시의 다리로 향했다.
엔도르시도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자신이 본성을 드러낸다면 어떤 누가 보고
소문을 낼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 엔도르시는 인내하며 계속 친절히 거절했다.
하지만.
남자는 계속 거절하는 엔도르시가 짜증 났는지
"아 x발 존x 튕기네."
라며 욕을 시전했다.
슬슬 고등학생 시절
복싱 여성 개인전 부분에서 전국을 제패한
엔도르시의 본성이 드러날락 말락 하고 있었다.
남자가 엔도르시의 팔을 거칠게 잡아 끌며
"x 발 번호 좀 달라고!"
라고 하자 엔도르시는 펀치 기계 960점에 빛나는 자신의 주먹을 남자의 턱에 꽂으려고 했다.
하지만
"저.. 저기 폭력은 좋지 않아요!"
라는 미성이 귀에 들려오자 엔도르시는 휘두르려고 했던 주먹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분명 남자지만 여자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어떤 사내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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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쓴건지 모르겠음
계속 쓸지 안쓸지 불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