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문고에서 발간 중인 사자네 케이 선생님의 작품인 '세계 종언의 세계록'을 드디어 1~2권 다 읽었습니다.

기존의 명영사와 에덴으로부터 이어지는 독특한 세계관에 이끌려서 팬이 된 저로서는
사이렌에서 솔직히 조금의 실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이번 세계록은 왕도 판타지라는 이름에 맞게,
그리고 이전의 사자네 케이 선생님의 작품의 명성에 맞게 저에게 다시 한 번 많은 재미를 준 책이 되었습니다.

첫 1권 발매 당시에 사자네 케이 선생님은 트위터를 통해서 이번 작품(세계록)은 이전에 작품들과의
연관점이 없는 독립된 판타지 라노벨이라고 설명을 해주시고 발간이 시작됐습니다만, 솔직히 1권만 봐도
이미 세계관이 다를 수 없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명영사, 이리스, 에덴을 통해서 나온 대표적인 가상언어 '세라페노 음어'의 등장이 있습니다.
현재 작중에(1~2권) 등장한 음어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세계록 모든 표지에 등장하는 '―Rh/Nel Ar, KyelS ele kiss I-Corn.'
저 음어 다음에 부제의 영제가 붙는 걸로 봐서는 '세계 종언의 세계록'이라는 타이틀을 음어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2. 정령을 소환하는 음어 'Rh/s hec ele Selah(노래하라 세계의 문)'
제가 알기로는 분명히 문은 음어로 'I'라고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습니다. 왜냐? Selah(세라)의 언급.
사자네 케이 선생님의 모든 작품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Selah(세라)'가 이번에도 등장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작중 세라의 존재가 언급된 게 아니고 음어로 나온 것 뿐이지만, 사실 저것만으로도 세계록은 이미
다른 작품들과는 독립적인 세계관이 아닌 똑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라는 걸 의미하는 중요한 떡밥입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중요합니다.

대처사 피아 = 사이렌에 나오는 천사 피아와 같은 이름에 천사라는 계통
(물론 사이렌의 피아는 진짜가 아닌 바이오테스트를 통해서 나온 거지만)
용희 키리셰 = 사이렌에 나오는 용의 형태를 띈 바이오테스트

단순히 이름만 같은게 아니라 그 인물을 상징 혹은 정체마저 똑같습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저는 세계록 세계관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앙코르'가 세계관의 떡밥을 풀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거 300년 전에 천사, 악마, 용이라는 최상위 개체들 조차 힘들게 만든 어떠한 생물체의 습격과 그걸 막은 엘라인.

이것 또한 세라에 대한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생명체가 마적을 품은 유환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이걸 읽고난 후에 느낀 건, 이그니드가 에덴 마지막에 이세계로 떨어지는 부분이 사이렌의 세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세계록을 보면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사이렌만 읽었을 당시에 천사나 용과 운디네 같은
존재들이 등장해서 당연히 사이렌 세계관인줄 알았는데, 당시의 에덴 13권에서 나온 표현인 '고위 존재'라는 걸 봤을 때, 
사이렌에 흔하게 보이는 그러한 존재가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말하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였고, 
실제의 천사와 악마, 용이 등장하는 세계록의 세계관이야 말로 이그니드가 떨어진 이세계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사이렌의 아나스타샤 선생님이 실제로 봤다는 천사와 용의 존재 또한 이 세계록에서 나온 개체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후... 오랜만에 무지 재밌는 정통 판타지를 읽게 되었네요... 아직 2권만 읽었지만, 세계록은 또 하나의 중요한 열쇠가 될
작품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사이렌이 5권으로 완결되고도 풀리지 않은 떡밥들이 있는 지금... 정말 중요한 열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