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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날에, 시작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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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2015-09-06 21:03:39 | 1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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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날에, 시작의 날에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걸까 bd1 특전





『미궁도시(오라리오)엔 뭐든지 있단다』

내가 어렸을 무렵, 그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름다운 미녀들은 물론이거니와, 네가 좋아하는 엘프도, 쭉쭉빵빵한 여신들까지....운명의 만남도 있을테니까, 꼭 한번 가 보거라』

영웅담 책을 한손에 들고, 어린 마음에 동경을 안아 마지않았을 그 무렵

『잘만 굴면 부도 명성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곳이지만, 잘못 발을 디뎠다간 시대의 파도에 휘말려 들어갈 수도 있단다. 저곳은 그런 곳이야.』

아직 자그마했던 나를 내려다보며, 웃지도 화내지도 않은채 그저 담담하게

『그러니....영웅조차도 될 수 있지. 만약 네가 꼭 그렇게 되고 싶다는 각오를 품었다면, 가거라』

할아버지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다른 이에게 네 의지를 맡기지 말거라. 정령이든 신이든 그 점에선 매한가지야. 그러니, 하물며 내가 뭐라 할 계제는 아닌것 같구나』

그 사람의 말을 기억한다.

『그 누구의 의지가 아닌, 네 스스로 결정하려무나』

그 사람의 시선을 기억한다.

『이건, 네 이야기니 말이다.』

그 사람이 지은 미소를, 결코 잊지 않는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 사람의 수많은 말과, 소중한 추억들을

나는 앞으로도 때때로 기억해 낼 것이다.

덜커덩!

바퀴 소음과 충격에 몸이 흔들린다. 꿈에서 깨어나 눈꺼풀을 연다.

무릎을 움켜쥔 채 잠들었던 나는, 마부 아저씨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보리가 잔뜩 쌓인 짐마차에서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잘 정비된 길을 따라 달리는 마차 위, 작은 언덕으로부터 내려다보이는 그 광경

거대한 성벽에 둘러싸인 대도시, 활짝 개인 창공에 뻗은 백악의 거탑.

눈앞에 나타난 장대한 경치에, 나는 바보처럼 입을 떡하니 벌리고 넋을 잃었다.

"대단하다....."

"하하핫, 오라리오를 처음 보는 녀석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더구나"

감동에 떠는 나를 보면서, 행상인인 휴먼 마부 아저씨는 웃어보였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항상 보이는 건물이긴 했지만, 이렇게 눈앞에 떡 하니 보이는 거탑은 말 그대로 압권이었다. 고향 마을을 나서 처음으로 보는 그 광경──그 거대한 도시의 전모 앞에서 말을 잃는다.

미궁도시 오라리오

부와 명성, 운명의 만남조차 존재하는 『세계의 중심』.

수많은 영웅담에 등장하는 모험의 무대 앞에서, 마음이 떨려온 나는 소름이 돋았다.

"감사했어요 아저씨! 저, 여기서 내릴게요!"

단 한사람 뿐이었던 가족인 할아버지를 잃은지 만 1년. 중대한 결심을 내리고 고향을 뛰쳐나와 날 여기까지 데려다 준 맘씨 좋은 행상인에게 인사를 드리고 짐마차에서 뛰어내린다.

나는 적은 짐을 고쳐 안은 채, 저기 보이는 거대도시(오라리오)로 이어지는 가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 꼬맹아! 아직 거리가 꽤 있을텐데!?"

"괜찮아요, 달려갈테니까요!"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미소지어보인다.

울컥이는 흥분에 몸을 맡겨, 나는 백악의 거탑과 거대한 성벽으로 이루어진 미궁도시를 향해 언덕을 달려내려갔다.

약 30분 뒤, 거대한 성벽 앞에 다다랐다.

땀을 잔뜩 흘리며, 그럼에도 발을 멈추지 않고 달려온 나. 멀리서 봐도 거대했던 석벽을 눈앞에 두고 이제 몇번째인지 모를 경탄을 토한다.

바라보다 보면 고개가 아파올 정도로 높은 성벽. 정말이지 그 박력은 참 굉장했다. 세계에 단 하나뿐인 미궁의 방벽으로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자리한 장벽이다. 그 성벽에선 왠지 싸늘해 보이면서도 삼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른 침을 삼키며 오도카니 서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드디어 도시 안으로 입성을 시도했다.

"다음!"

벌써 검과 방어구를 차려입은 사람이 눈에 들어와 시선을 빼앗긴 가운데, 드디어 차례가 돌아왔다.

"통행 허가증 있나?"

"어.....그, 그런게 필요하나요?"

검은 제복을 차려입은 수인 남성──소문으로 들었던 도시 관리 기관(길드)의 직원이다──이 서류 제시를 요구하자 잠시 안절부절 했지만, 곧바로 직원은 웃어보여주었다.

"보아하니 여행자는 아닌것 같고....너도 모험자가 되려고 왔나?"

"네, 네에!"

"그럼 상관 없군. 너같이 모험자를 지망하는 사람은 수백 수천명씩 이 도시로 오니까. 일일이 단속했다간 끝도 없어"

그렇게 말하고 길드 직원은 내게 등을 돌리라 지시했다. 그 말에 따르자, 허리에 걸어둔 램프같은 도구를 등에 비춘다.

"뭐, 뭐 하시는 거죠?"

"『신의 은혜(팔나)』 유무를 확인하는거야. 타국이나 타 도시 소속 밀정을 방지하는 검문같은거지. 이 마도구는 『신혈(이코르)』에 반응하거든"

설명은 들었지만 시골뜨기인 나로선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무심코 몸을 떨었다. 그러자 또 다른 문지기, 패검한 팔짱을 낀 채 말을 걸어왔다.

"귀여운 녀석이 이 도시에 찾아왔구만"

한눈에 알아차렸다──모험자다.

헐렁한 옷 어깨부분엔 문장...아니, 코끼리 얼굴을 한 신이 나타나 있는 파벌 엠블렘이 박혀 있었다.

갈색 피부에 거친 수염을 기른 모험자는, 뭐라고 할까, 나같은 풋내기 조차도 알아차릴만한 존재감 같은게 확실히 느껴졌다.

모험자....내가 되려 하는 직업의 선배 앞에서 긴장감을 느낀다.

"오라리오엔 어쩌다 온거냐? 밥벌이 하려고 왔다는 시시한 이유는 아닐테고. 돈이나 명성.....그것도 아니면, 여자?"

"에, 저기.....더, 던전에서 만남을 바래서......"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정말 그래서냐? 그런 소리 하는 녀석은 처음으로 봤군. 너 재미있는 녀석이로구만!"

동경하는 직업인 모험자가 거리낌없이 내게 말을 걸자, 놀라버린 나는 무심코 본심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휴먼 모험자는 깜짝 놀라더니, 큰 웃음소리를 터뜨려 주위 이목을 끌었다. 한편, 바보같은 소릴 해서 자기무덤을 판 나는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다.

"하샤나, 근무중이다."

길드 직원이 주의했지만

"너무 쪼지 말라고, 하여간 길드 녀석들은 너무 성실하다니깐"

모험자는 웃음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인다.

아무래도 길드 직원과 모험자가 함께 도시 문지기를 맡은 모양이다. 시야 한켠, 성문 옆에 있는 목조 검문소에 검은 제복을 차려입은 사람과, 갑옷을 차려입은 두 종류의 사람을 발견하고 대충 그렇게 이해했다.

이윽고 검문이 끝났는지, "문제 없음" 이라고 조사하던 직원이 확실한 보증을 내린다.

"모험자 등록을 하려거든 우선 길드 본부로 가도록. 모험자에 대한 설명도 거기서 받게 될 테니까"

"고, 고맙습니다!"

"다만, 등록 조건은『신의 은혜(팔나)』를 받은 자.....신의『파밀리아』에 최소한 입단해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알도록"

아무래도 익숙한 설명인지, 길드 직원은 모험자가 되기 위한 순서를 막힘없이 가르쳐 주었다.

『파밀리아』──초월 존재(데우스데아)인 신이 결성하는 조직

우리 하계인들은 신들과 계약하여 "은혜"를 받아 친족이 된다. 그리고 친족이란.....기쁨도 슬픔도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뜻.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어설픈 지식을 되새겨보던 나는, 마음 속으로 가슴이 크게 울리는걸 느꼈다.

"더 듣고 싶은거 있나? 지금이라면 뭐든지 답해주지"

아까 내 대답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는지, 휴먼 모험자가 기분좋게 웃어보였다. 선배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나보다 키가 큰 상대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물었다.

"모험자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탄탄한 체격의 중키 모험자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좋은 신과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중요하지"

팔짱을 끼면서, 확신에 찬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만큼은 길드도 딱히 돌봐주지 않거든. 그러니 좋은 신을 찾아내는건 모험자의...아니, 팔나는 안 받았으니 모험자는 아니겠군. 그 녀석의 식견에 따라 달렸지.....하나 더 말하자면, 『운』이겠군"

"운....."

"그래. 모험자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고말고"

마지막으로 그 모험자는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열심히 해봐, 신인"

"네!"

나는 선배가 될지도 모를 사람의 미소를 보고 무심코 기뻐져 미소와 함께 이렇게 대답한 후, 열린 성문을 통과했다. 흥분과 긴장, 그리고 기대를 가슴에 품고 문을 빠져 나오자──단번에 시야가 탁 트였다.

"우와....!"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성벽 밖에선 도저히 상상하지도 못할 아름다운 거리풍경이었다.

현재 위치인 성문 앞 광장으로부터 쭉 뻗은 넓은 번화가. 질서정연한 돌층계에 길을 왕래하는 마차들. 나란히 늘어선 수많은 가게들. 시야 저편에 위치한 장엄한 백탑을 중심으로, 오라리오는 번창하고 있었다. 시골 농촌에선 볼 수 없는 화려함과 떠들석함이 존재했다.

시골뜨기 티를 팍팍 내며, 흥분으로 발개진 얼굴로 거리를 나아간다.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감탄을 그치지 못한다.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아인(데미 휴먼)들──그리고 갑옷을 차려입고 검을 찬 모험자까지!

검을 찬 아름다운 엘프에 넋을 잃다가, 대검을 짊어진 드워프 전사를 보고 눈을 빛낸다. 뾰족한 모자와 지팡이를 지닌 소인족(파룸) 마법사는 앳된 용모 덕분인지 너무도 귀여웠다.

고향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휴먼에, 수인이 약간 있었던 정도. 그래서 이 도시에 가득한 수많은 종족들을 보는것 만으로도 감동을 느낀다. 인파가 발하는 소란이 묘하게 마음을 간질인다. 이국의 정서, 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처음으로 눈앞에 둔 미궁도시(오라리오). 보는것도 그렇고, 듣는것도 그렇고, 모두가 신선한 것들 뿐이다. 이렇게나 마음이 들뜨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걸, 난 오늘 처음으로 알았다.

".....? 뭐지?"

그리고 지금 막 통과한 시문──시문 중에서도 북문──에서부터 곧장 번화가를 남하해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걸 깨달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람들에게 접근해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이 왜 모인거죠?"

"【로키 파밀리아】야 【로키 파밀리아】. 『원정』에서 돌아온 모양이래!"

로키 파밀리아.....원정......?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인 날 보고, 대답해 준 청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라리오에 온지 얼마 안됐냐? 【로키 파밀리아】를 모르다니, 어디 시골뜨기도 아니고...."

청년은 기막혀 하면서도 설명해 주었다.

【로키 파밀리아】는 이 오라리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모험자 집단. 『제 1급 모험자』라 불리우는 도시 유수, 아니, 세계에서도 굴지의 모험자를 가진 초 실력파 파티란다.

그리고 지금은 던전──이 오라리오 아래 펼쳐진 고아대한 지하 미궁──심처 탐험으로부터 이제 막 귀환해 온 모양이다.

도시 최대 파벌. 그 정보를 듣고 황급히 인파 너머를 살펴보려 한다.

인파는 번화가를 나아가는 모험자들로부터 거리를 둔 채, 그들의 길을 감히 막지 못했다. 나는 어떻게든 틈새로 얼굴을 내밀어 그 모험자 파티를 시야에 살피려 한다. 하나둘 확인할 수 있던 멤버는 상처투성이 갑옷을 차려입은 휴먼과 아인(데미 휴먼)들 뿐이었다.

큰 짐을 가진채 지금까지 본 적도 없던 무기와 지팡이,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것들이 햇빛을 받아 찬연히 빛나고 있다. 마치...그래, 전장에서 개선해오는 영웅들 같은 모습이다. 베테랑 모험자라 불리우는 풍격이 그들, 그녀들로부터 느껴졌다. 말 그대로 영웅담의 한 장면과 같은 광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웅성이는 구경꾼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여기서도 바보같이 넋을 잃은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봐, 저기──"

"금발금안....."

"【검희】다"

이윽고 멀리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물론, 다른 모험자들까지 상기된 어조로 웅성인다.

(【검희】......?)

흥분하는 그들은 신경쓰지 못하고, 한순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긴 금발에 은빛 방어구. 칼집에 찬 한자루 검.

한순간 스쳐본지라 제대로 얼굴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정면을 통과해 간 모험자....나와 키가 엇비슷한 소녀는 사금을 그대로 녹여내린듯한 머리칼을 흔들며 멀어져간다.

저런 가녀린 여자애도....설마 제 1급 모험자란걸까?

커다란 철제 상자(카고)들을 운송하는 일행이 번화한 대로변을 지나 가로길로 자취를 감추는 가운데, 나는 그들 중에서도 강렬한 빛을 발하는 금발을 눈으로 계속 쫓았다.

"【검희】....검의 공주라는 걸까"

인파가 뿔뿔이 흩어질 무렵, 이동을 개시한다.

도시 구경하느라 계속 눈을 빛내고 있을수만은 없다. 나는 행동에 나섰다.

도시에 들어서면 우선 숙소부터 정할 것. 여행의 기본이다. 고향 마을 사람이 이야기해준걸 그대로 따를 뿐이지만서도.

직접 발품을 팔며 용기를 내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비교적 싼 여인숙을 찾는데 노력한다. 지금 품에 있는 돈이 내 전재산. 함부로 낭비할 순 없다. 도시 중심지에 위치한 드넓은 광장과 백악의 거탑.....그리고 던전 입구 앞에서 발을 멈추거나 하면서, 나는 숙소들이 모여있다는 도시 동부로 향했다.

"실례합니다....."

번화가에 위치한 적벽돌로 지어진 호사스런 호텔에 눈길이 가면서도, 내가 들어선 곳은 퇴락한 길가에 세워진 목조 여인숙이었다. 여인숙 그늘에 잠시 멈춰서 『INN』이라 쓰여진 간판을 바라본다. 실례되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2층 건물은 허름해 보이니 방값도 쌀거다.

삐걱이는 문을 열자, 카운터에서 정보지를 읽던 중년 점주가 나를 바라본다

"손님인가?"

"아, 네. 방을 좀 빌리고 싶은데....."

"1박 800발리스. 밥은 안나온다"

──800발리스!?

비싸다! 생각보다 훨씬 높다!

장사하러 마을 밖으로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건데, 300발리스 정도가 보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도시, 아니 미궁도시(오라리오)의 물가였구나....하긴, 『세계의 중심』이니까.

어쩌지. 갑자기 예산이 불안해졌다. 다른 여인숙도 별반 다를거 없을것 같은데.....

"사흘 숙박이면 2000발리스. 싫으면 딴데──"

"아, 사흘로 부탁드려요!"

"응?"

사흘 숙박비를 미리 내면 깎아준다는 주인 아저씨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무뚝뚝하게 답하던 아저씨는 정보지를 내려다보던 고개를 들었다. 물끄러미 응시하는 아저씨를 향해 "감사합니다!" 라고 감사인사를 전하자, "아, 그, 그래.....이쪽이 고맙지" 하고 어쩐지 어색한 태도로 다시 정보지를 내려다본다.

아저씨가 카운터 위에 열쇠를 두자, 그걸 가지고 곧장 2층 방에 뛰어든다.

침대 말고는 딱히 가구는 없었지만, 이걸로 충분하다. 요금을 깎아받기까지 해서 사흘간의 숙소를 마련한 나는, 갑자기 흥을 타서 쉬지도 않고 곧장 거리에 나서려 했다.

돈을 제외한 다른 짐을 방에 남기고 계단을 달려내려간다.

"다녀오겠습니다!"

카운터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여인숙을 나선다. 무뚝뚝한 주인 아저씨가 딱히 답해주진 않았지만, 신경쓰지 않고 돌로 포장된 도로를 재빨리 달려나간다.

명실공히 염원하던 모험자가 되려면 길드 본부에서 수속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파밀리아】에 소속해야만 하지만.....나는 그 전에 해두고 싶은 일이 있었다.

이 오라리오에 오면 반드시 가겠다 결심한 장소가 있다.

오가던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 그 장소는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도시 남동부에 있는걸 알아냈다. 미궁거리(다이달로스 거리)라는 빈민가가 중간에 있으니 조심하라구! 라는 주의를 받았지만, 무사히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많은 무덤이 자리한 곳, 묘지다.

"......"

『제 1 묘지』、혹은『모험자 묘지』라고도 불리우는 오라리오의 공동묘지다. 던전에서 스러진 이들이 매장되는, 모험자들이 잠든 장소.

뒷골목으로부터 계단을 길게 내려와 도착한 밥그릇 형태의 공간엔 아무도 없었다. 흰 석재로 만들어진 수많은 묘비를 보며 마른 침을 삼키며, 나는 묘지 안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칠흑빛을 띈 거대한 기념비가 나타났다.

다른 묘비와는 다른.....『고대』의 영웅들의 무덤

"이것이, 영웅들의....."

5M 정도 되는 칠흑빛 기념비를 바라보며 눈을 부릅뜬다.

어렸을 적에 애독했던 『미궁신성담(던전 오라토리아)』에 기록된 일들이, 바로 실제 이 땅에서 일어났었다는 증거. 영웅들의 궤적.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하로부터 나타나는 몬스터의 침공을 격퇴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구해낸 위대한 영웅들──가슴 떨려 동경한 그들의 무덤 앞에, 난 지금 서 있다.

".....윽"

이야기책에 쓰여진 영웅들의 이름이, 칠흑빛 묘비에 새겨지 있었다. 그 모든 이름을 대충 훑어본 나는 흥분으로 몸을 떨면서, 왠지 눈물이 흐를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념비 앞에는 수많은 꽃들이 놓여져 있었다. 영웅들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경외받고있다. 생각이 짧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자신을 부끄러워 하면서, 나는 자세를 바로잡고 눈을 감는다.

지금부터, 나도 이 오라리오에서 모험자가 될거다.

영웅은 될 수 없겠지만.....아주 조금이라도 동경하는 그들에게 다가섰으면 한다. 탁 트인 하늘 아래서, 나는 그런 소망과 함께 묵념을 바쳤다.





*






오라리오에 입성한 다음날.

난 곧바로 날 입단시켜줄【파밀리아】찾기에 나섰다.

파벌의 주신님이 내려주시는 『신의 은혜(팔나)』,【스테이터스】. 이걸 새겨받지 못한 사람은 이 미궁도시(오라리오)에서 모험자라 자칭할 수 없다. 나는 잔뜩 의욕적으로 기합을 가득 넣은 채, 파벌의 엠블렘이 장식된 파밀리아의 홈들을 방문했다.

....방문은 했지만

"또 거절 당했어......"

어느새 오후. 통산 10연패를 당하고 만 나는 대로변 한켠에 위치한 반원형 광장에 주저앉았다. 돌바닥에 앉아 그대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역시, 아무래도 일이 그렇게까지 잘 풀리지는 않을 모양이다. 내 의욕과는 상관없이, 방문한【파밀리아】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내 모습만 보고 문전박대하기가 일쑤

한눈에 봐도 시골뜨기로 보이는 옷차림과 분위기, 게다가 전직은 그저 농민이었을 뿐. 무기 하나 가지지 않은채, 맨손으로【파밀리아】에 신세를 지겠단 생각이 가득한 어수룩한 시골뜨기인 나. 솔직히, 거절당하는게 당연하다. 첫인상은 틀림없이 최악일 것이고, 당연한 말이지만 파벌 측에서 날 스카우트 할리도 없다.

힘 쓰는 직업을 가졌다던가 대장장이 등의 직공 기능을 가졌다면 또 모르겠지만....

"종족에 따라 대우도 다른 모양이구나......"

통상 10연패【파밀리아】입단 교섭 실패 뒤, 내가 힘없이 터벅터벅 홈을 떠나갈 때 엇갈렸던 엘프 남성은 양팔 벌려 환영되었다.

그 모습을 되돌아보며 얼굴이 굳어진 나는, 종족의 벽이라는걸 실감하고 말았다.

휴먼과 소인족(파룸)은 타 종족과 비교해서 열등하단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적이 있다.

용모 단정하고 『마법』에 뛰어난 엘프. 힘이 강건하여 『팔나』없이도 하위 몬스터라면 완력으로 상대할 수 있다는 드워프. 다양한 무술을 익히고 투쟁심이 높은 아마조네스. 그리고, 날카로운 오감을 가진 수인은 비교적 우대되는 경향이다.

잘 쳐봐야 평범한 휴먼은 아무래도 부족한건가

아니, 아마 시골뜨기인 내게 문제가 있을 테지만....

".....하아"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쉰 나는, 이내 뺨을 짝 두드리고 고개를 쳐들었다.

이대로 실망하고 있어봐야 어쩔 수 없어! 이럴 시간이 있으면 나같은 녀석도 받아줄【파밀리아】를 찾아보는거야!

한번 조사해 보긴 했는데, 대규모【파밀리아】같은 경우 입단자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인력을 필요로 하는 발전도상인 파벌을 선택해야 한다.

배를 채우기 위해 노점에서 "감자돌이"라는걸 사서 먹었다. 돈을 절약해야 하는 내게는 고맙게도 불과 30발리스 정도의 감자 요리라, 배를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

이 음식에 왠지 앞으로도 오래 신세를 질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면서, 나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활기찬 오라리오의 거리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이틀 뒤

"오, 오늘도 전멸......"

도시를 둘러싼 장벽, 거대한 시벽 서편에서 비추는 황혼빛을 받으며, 나는 터벅터벅 힘없는 걸음으로 여인숙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오라리오는 놀랄 정도로 넓은 도시다. 그 도시를 매일 돌아다니는 내 다리와 몸은 이미 기진맥지난 상태. 그리고 그 어떤【파밀리아】도 날 받아주지 않았다.

길거리에 붙은 벽보를 보고 인원 모집 중이라는 파벌에 가 보기도 했지만, 다른 입단 희망자와 비교되더니만.....떨어지고 말았다.

"....."

의기소침한 표정을 황혼의 암적색으로 물들이면서 신세를 지고 있는 여인숙에 도달한다. 오늘, 방 기한이 지나므로 숙박 갱신을 부탁했는데....

"....갱신료는 이번엔 3일에 2500발리스"

"엣...!?"

"처음엔 사흘만 머문댔잖냐. 다른 손님에게 빌려줄 방이 하나 줄어드는 셈이니, 합당한 처사지"

오른 가격을 전해듣고 놀라는 내게, 주인아저씨는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도 그렇구나.....실제 숙박업을 영위하는 아저씨의 말이 아마 맞을것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자루를 꺼내 내가 가진 거의 모든 돈을 카운터 위에 두었다.

푹 하고 아저씨가 카운터에 기대던 팔꿈치가 미끄러진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2층 방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는 굶기로 하고, 침대에 파고들었다.

"오늘도 결국 안됐구나......"

얇은 이불을 걸치며 나무 천정을 올려본다.

더이상 돈은 남아있지 않다. 앞으로 3일 안에【파밀리아】에 입단하지 못한다면 꼼짝없이 노숙자가 되는 신세.

단원들과 교섭하는게 번번히 실패한다면, 최종 수단으로 주신님 본인과 직접 담판하는 방법도 있다. 요 며칠 거리를 돌아다니는 남신님과 여신님이 여럿 눈에 들어왔지만.....말을 걸어보려고 해도 송구스러워서 아무래도 주저하고 만다. 게다가, 보통 호위로 붙는 모험자들이 있어 어설프게 다가가려 해도 그들에게 주의를 산다. 벌써 몇번이나 경험한 일이다.

딱 한분, 입단을 받아들여 줄 것 같은 남신님이 있었지만,『나의 낭자애가 되는게 조건이다!』하고 뜻모를 말을 하시기에.....도망치고 말았다.

왠지 무서웠다. 그 일 때문에 함부로 신님들에게 다가가기 꺼려진다.

"....좋은 주신님과 만날 수 있으려나"

근심에 잠긴 동안 어느새 창밖이 어두워진 가운데, 난 오라리오에 입성하면서 들었던 모험자의 말을 반추했다.

그 사람은 내 식견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 또, 모험자에겐『운』이 필요하다고도 말해주었다.

나는 날 맞이해 줄 가족을, 주신님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

오라리오에 막 왔을 땐 희망이나 기대로 가득 차 두근두근 여러 생각을 했을 터인데, 지금은 이렇게나 가슴이 싸늘하다. 이렇게나 손발이 차갑다.

불안, 심려, 고독감

마을에선 느끼지 못했던 감정.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동안엔 관계가 없었던 감정들이 솟아오르며, 외로운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감정은, 그 사람과 이제 만날 수 없게 됐을때 느꼈던 상실감과 정말 비슷한 감정이었다.

거대한 석벽에 둘러싸인 새장같은 이 도시가, 매몰차게 자신을 거절하는듯한 느낌이 든다.

천정을 올려다보는 시야가 흐려진다.

"......'

.....괜찮아

내일은, 내일이야말로....



하지만.



"돌아가라. 짐덩어리를 안을 여유는 우리한테 없어"

나 자신을 위안하던 말을 비웃듯

"모험자? 장비나 먼저 챙기고 오시지 그래?"

싸늘한 시선으로, 문전 앞에서 쫒겨나며

"돈을 가져온다면 또 모를까! 하하하하하하핫!!"

날 받아들여줄 파벌을 찾지 못한 채

눈 깜짝할 순간, 사흘이 지나버렸다.

".....오늘까지 실례했습니다"

숙박 기한이 다한 아침, 나는 카운터에 있던 아저씨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어두운 얼굴로 여인숙 입구를 나선다. 그리고, 문을 닫으려 했을 때──카운터에서 정보지만 읽던 아저씨가, 머리를 긁으며 몸을 일으켰다.

왠지 격앙한 태도로 몸을 일으키더니만, 카운터 한켠에 보관하던 무언가를 꺼내어 놀라는 내게 다가와 그것을 내밀었다.

"....받아 둬"

"어....."

아저씨가 내민건, 봉지에 가득한 흑빵이었다.

당황한 내가 받지 않고 있으니, 아저씨가 억지로 내게 빵봉지를 챙겨주었다.

"이봐....사람을 의심하는 것 정도는 배워두라고"

안그러면 제대로 살아갈 수 조차 없으니 말이다, 라며

검은 머리칼을 가진 무뚝뚝한 아저씨는, 그저 그렇게만 말해주었다

손에 든 봉지를 입다물고 내려다보던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걸 느꼈다. 봉지를 꼭 안은채, 문전에서 고개를 깊이 숙인다.

6일간 신세를 진 여인숙에 등을 돌려 나아가기 시작한다.

오늘도 오라리오의 하늘은 푸르게 활짝 개인 하늘. 길가 한귀퉁이에 앉아 우물우물 흑빵을 전부 먹은 뒤, 내가 아직 들리지 않았던【파밀리아】를 찾아돌았다.

장엄한 장비,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모험자들과 몇번씩 엇갈린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도시 중앙. 백악의 거탑(바벨)아래 잠든 광대한 던전. 몬스터가 발호하는 마굴에서, 오늘도 동화에서 보았던 모험담들이 그들의 손에서 자아내질 것이다.

모험자들의 이야기를 신들이 지켜보며, 도시 사람들은 그들의 여행담에 애태울 것이다. 평소와 다를바 없는 하루의 시작. 수많은 사람들이 유쾌한 소란을 벌이고 있었다.

그 흥겨운 소음을 들으며, 떠들썩한 혼잡 속에서, 나홀로 도시를 방황한다.

그리고 오늘, 16번째로 방문한【파밀리아】에서도 문전박대 당하고, 마침내 힘이 빠져 길 한구석에 쭈그려 앉을 수밖에 없었다.

"......"

남의 시선 따윈 신경쓰지 않는다. 힘이 빠진 것처럼 건물 한켠에 기대,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과연 오라리오에 내가 있을 장소는 있는걸까? 오라리오에서 날 봐줄 사람이 있기는 한걸까?

앉아 있는 장소째로 세계에서 그대로 유리된 감각. 코앞에서 들리는 발소리와 거리의 소란이 저 멀리서 들려오는것 같다. 모두가 내 존재를 잊은 것처럼 그저 대로를 지나친다.

미아가 된 것처럼, 넓은 도시에서 정처없이 홀로 방황한다.

이곳에 오기 전에 품었던 감정들을 점차 잃어간다.

불안과 외로움에, 무너질것만 같았다.

".....난"

만남을 바래서, 이 도시에 왔다.

내 주제에 과분하게도, 영웅에 대한 동경을 채 버리지 못해 이 미궁 도시에 왔다.

할아버지와 남긴 추억을, 정을, 끊이지 않고 간직하기 위해 이 오라리오에 온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내가 진정 원했던건──



앞머리로 눈매를 숨기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나는, 비척이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떠들썩한 대로변에서 도망치듯이 어둠이 드리운 뒷골목으로 향하려 한다.

단 혼자서, 그 누구도 날 깨닫지 못한 새.....

"──이봐~ 거기 너. 뒷골목은 위험하니 안 가는게 좋을텐데?"

그래서

처음엔, 누구에게 그 말을 한건가 알아듣지 못했다.

"어.....?"

나는, 분명, 절대로.

이 때의 광경을, 이 때의 사건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어, 고마워.....근데 누구니? 이런데 혼자 있다니, 미아야?"

"....미아같은 꼴을 한건 오히려 네가 아니냐"

그 분의 모습을, 그 분의 목소리를

"아─으음, 실은 말이지....나도 지금【파밀리아】입단 권유를 하던 참이라 말이다. 모험자 조직원이 좀 있으면 좋겠다~하고 우연히도 생각했다만, 그 뭐냐, 음, 어....."

그 분이 뻗어준 손을

"들어갈게요! 들어가게 해 주세요!"

".....괘, 괜찮겠느냐? 정말로, 내【파밀리아】같은 데 들어와도?"

"괜찮아요! 완전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걸요! 저같은 녀석이 들어가도 되나요?!"

내가 손을 되잡자, 정말로 기꺼운 미소를 지어 준, 그 분의 얼굴을

"내 이름은 헤스티아다! 네 이름은 어떻게 되느냐!?"

내 이름을 물어 준, 주신님의 따스한 마음을

"벨....벨, 크라넬이에요"

울음을 터뜨릴 뻔 한 그 때의 기쁨과 함께,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주신님과 만났다.

수많은 만남이 태어나는 이 도시에서, 수많은 모험담이 자아내지는 이 미궁 도시에서, 수많은 영웅이 태어나는 이 오라리오에서

주신님과 만날 수 있었다.

『이건, 네 이야기니 말이다.』

내 이야기는 분명, 이 날 시작된 것이다.

우리【파밀리아】는 바로 이 날──시작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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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덕모드설정] 게시판최상단항상설정가능
oratoria 2015-09-06 21:53:37
오오 감솨함돠
퍼시 2015-09-06 22:25:08
세상에 고맙습니다!!
야거 2015-09-06 22:35:36
잘 읽고갑니다
바로로 [L:18/A:43] 2015-09-06 23:48:42
감사합니다
훌랄랄라 2015-09-07 01:18:04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미카사♥ [L:28/A:246] 2015-09-07 08:28:42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암바사맛남 2015-09-07 09:08:38
감사합니다.
데이나리 [L:24/A:267] 2015-09-07 15:12:02
감사합니다. 근데 고인이랑 고신이 보이네요 ㅎㅎ,,,
0judelaw0 2015-09-08 13:41:41
재미있게 읽었어요 고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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