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평소부터 언니와 자주 싸움을 일으키는 신사분이 맞으시죠?"
"엉?"
그런 말을 들어도 기억이 없는 카미조는 잘 모른다. 아무래도 미코토와는 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모양이지만 어떤 관계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자 쿠로코는 카미조의 의아하다는 얼굴을 힐끗 보고 나서 한숨을 쉬며,
"……. 아니라면, 그래도 상관없어요. 언니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분의 얼굴을 좀 뵙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니까요."
"의지?"
"네. 언니는 자각하지 못하고 계시지만요. 정말 기쁜 얼굴로 식사 때, 목욕할 때, 잠자리에 들 때 그 신사분의 이야기만 하는 걸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죠."
쿠로코는 작게 숨을 내쉬고, "…정말이지, 언니와 같은 편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면 여기에도 있는데. 마치 그곳만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인 것 같은 얼굴을 하시면 아무래도 좀 우울해진단 말이에요."
약간 주눅이 든 것 같은 쿠로코였지만 카미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하지만 그 녀석이 그런 성격인가? 언제 어디서나 리더십을 마구 발휘하면서 무리의 중심에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거겠죠. 항상 리더인 언니는 무리의 중심에 설 수는 있어도 무리 속에 섞여들 수는 없어요.
"……."
카미조는 저녁노을 속에서 함께 있었던 미코토를 떠올린다.
제멋대로고, 걸핏하면 화를 내고,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무슨 일이 있으면 금세 찌릿찌릿을 쏘는 모습.
하지만 미코토는 어깨의 힘을 많이 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평소에 두 어깨를 누르고 있는 중압감에서 해방되어 크게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미코토에게, 카미조와 함께 걸은 방과 후의 길은 안전지대였을 것이다.
거기에 있던 웃음은 그런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솔직하고 너무나도 무방비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미코토는 카미조의 옆에 있을 때에만 웃고 있었던 걸까?
미코토는 단순히 눈앞에서 동생들이 살해되는 광경을 보고도 생글생글 웃으며 카미조의 옆에서 밉살스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상한 인간일 가능성은 없는 걸까?
스스로 생각해놓고 카미조는 구역질이 났다.
어째서 그녀를 믿지 못하는 걸까. 카미조는 스스로 자신에게 의문을 품었다.
"틀림없이 언니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 사실에 수줍어하고 있고─."
시라이 쿠로코는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도달할 수 없는 위치를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부끄러운 나머지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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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목록 3권 쿠로코, 토우마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