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李海仁) 시
손 시린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와라 //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
* 감상 : 수녀 시인 이해인의 작품 문체는 독자가 몰래 엿듣는 듯한 내밀한 독백체, 고백체이다. 이 작품도 그러한 특징을 지닌다.
* 특징 : 서정적, 명상적, 관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