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 테이머즈의 베르제브몬]
디지몬 테이머즈의 디지몬들은 죽은 디지몬의 데이터를 로드해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 다른 디지몬을 공격하고, 그 데이터를 자신의 것으로 해 점점 강해지고, 진화하는 것이죠.
[디지몬 진트릭스 카드의 베르제브몬]
(이 디지털 월드의 디지몬들의 상식으로는) 다른 디지몬의 데이터를 로드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고,
강해지지 않으면 자신의 데이터를 노리는 적들에게 먹힐 수밖에 없기에 테이머즈의 디지털 월드에서는 언제나 싸움이 끊이지 않습니다.
단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보다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싸움을 걸어 '먹어치우는' 일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베르제브몬이 마구라몬에게 (디지몬 테이머즈 35화 中)
그 중에서도, 저는 이 베르제브몬의 데이터 로드가 특히 흥미로워 따로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폭식의 마왕이라는 이명을 기지고 있는 베르제브몬답게 그의 데이터 로드 효율은 다른 디지몬에 비해서 눈에 두드러지는 감이 있습니다.
메기드라몬의 무지막지한 힘에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던 베르제브몬은,
옆에서 그의 심기를 긁던 데바 마구라몬을 흡수함으로써 순식간에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는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디지털 월드에 리얼라이즈한 수많은 디지몬들과 데바들을 그렇게나 흡수했는데도
주인공 일행의 눈에 띄는 파워업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것에 비해 눈에 띄는 대조를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베르제브몬의 인상깊은 데이터 로드를 따로 '폭식' 이라 명명하여 작성하고자 합니다.
베르제브몬의 첫번째 폭식은 제일 위에서 설명했던 대로의 결과를 통해 일어났습니다.
메기드라몬에게 먹히기 직전의 상황까지 밀렸던 베르제브몬은 난데없이 마구라몬을 움켜잡고 먹어치워
그 절망적인 힘의 차이를 극복하고 메기드라몬을 밀쳐낼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베르제브몬의 라우라바 (디지몬 테이머즈 35화 中)
래피드몬과 타오몬은 이에 위기를 느껴 베르제브몬을 막으려 달려가지만, 마구라몬의 데이터를 로드한 베르제브몬은 방금 흡수한 디지몬의 필살기인 '라우라바'를 사용하여 두 완전체들의 힘을 흡수해 더욱 강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타오몬과 래피드몬은 소멸될 뻔 했지만, 젠의「 에이리어즈」카드 슬래시 덕분에 다행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베르제브몬의 베르제브 킥 (디지몬 테이머즈 35화 中)
(※사실 베르제브 킥은 블래스터 모드의 설정에만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 공격을 베르제브 킥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사실 좀 이른 감이 있습니다.)
더욱 강해진 베르제브몬은 주먹질과 발차기만으로 메기드라몬의 크롬 디지조이드제 갑주를 완전히 박살내버린다.
(정작 그의 필살기는 적을 손톱으로 찢어발기는 다크니스 크로인데도 말입니다.
정통으로 킥을 얻어맞아 단번에 크롬디지조이드제 갑옷이 박살난 메기드라몬은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베르제브몬의 데이터 흡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베르제브몬이 카두라몬에게 (디지몬 테이머즈 35화 中)
길몬의 듀크몬 각성 이후에도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데, 데바 카두라몬이 이 상황에 난입해 롭프몬을 공격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자
듀크몬은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은 용서할 수 없다며 로얄 세이버를 사용해 카두라몬을 해치웠고,
이때 틈을 보고 있던 베르제브몬은 카두라몬의 데이터를 대신 먹어치워 더더욱 강력해집니다.
[경이로운 스피드를 바탕으로 듀크몬을 궁지에 몰아넣은 베르제브몬]
혜성처럼 등장한 성기사 듀크몬의 막강한 파워에 고전하던 베르제브몬은 이를 계기로 상당한 스피드 상승을 보이며,
이 속도적 우위를 십분 활용해 듀크몬을 제압하고 머리에 총을 들이대는 승리 직전의 상황에까지 다다릅니다.
(비록, 가드로몬의 방해로 그 승리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라우몬의 데이터 흡수 : 데이터 흡수는 나도 할 수 있다우]
사실 카두라몬을 흡수해 강해진 경우는 디지몬의 데이터를 산채로 먹어치운 것이 아니기에 좀 느낌이 다르긴 합니다.
(죽은 디지몬의 데이터를 흡수하는 것은 이제까지 다른 디지몬들도 충분히 보여줬던 모습이었죠.)
듀크몬이 죽여놓은 카두라몬의 데이터를 흡수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폭식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눈에 띄는 효율은 건재합니다..
정리하자면, 베르제브몬은 살아있는 상대를 그대로 데이터화시켜 먹어치우는 특수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것,
그리고 그의 데이터 흡수 효율은 끝내주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사실 강해지는 원리와 구조는 다른 디지몬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 따로 분류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베르제브몬의 데이터 흡수는 하나같이 인상적이었고, 그 효과 역시 상당했습니다.
저는 이 설정에서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는데요, 그건 베르제브몬의 후반부 활약이 안습한 것은 어쩌면
그의 데이터 흡수가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후 베르제브몬이 적을 먹어치우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은 역시 디지털 월드편 이후,
베르제브몬이 개과천선하여 다른 디지몬을 무턱대고 습격하는 무서운 모습을 보이기엔 곤란해졌고,
사성수편 이후 새로 등장한 적은 데 리퍼-먹으면 죽습니다(!)-였기 때문에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길이 막혀버린 것이겠지요.
계속해서 적을 먹어치워가며 강해지는 마왕이라는 컨셉이 안타깝게 묻혀간 과정을 생각해 보면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쩝.. 이후 이 컨셉을 적극 활용해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면 후반부의 굴욕들 중 상당수는 줄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