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황무지, 가끔씩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름모를 새들을 빼면 그 무엇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 그때 갑자기 아무런 전조 없이 섬광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버섯구름이 일대를 뒤덮었다.
"오오..."
"저게 단 한발의 위력이라고??"
"분명 폭약조차 싣지 않았다고 했었지."
폭심지로부터 수십 km 떨어진 곳에선 안구 보호용 고글을 쓴 네오 히어로즈의 간부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중이었다. 간부들의 뒤에는 '네오 S급 1위' 동제가 서 있었다.
"위력은 어때? '대 괴인용 레일건 철갑탄'... 이지만 나는 '얼티밋 엠페러 오메가'라고 이름 붙였어."
"기대 이상이다. 역시 자네를 믿고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기를 잘했어. 저게 있는 한 히어로 협회가 전세를 뒤집을 일은 없겠지."
"전세...? 맥코이 씨,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어. 내 적은 '괴인'이지 '히어로 협회'가 아니야."
"...아!! 물론 괴인은 잡아야지!! 그냥 해본 말이었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시게."
"..."
"그럼 저 신규병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겠나?"
"어제 발사한 전투용 인공위성 '어스 가디언'. 그것에 탑재된 여러 무기 중에서도 특별히 신경써서 만든게 '얼티밋 엠페러 오메가'야. 위성에 들어있는 30개의 '초축퇴 전지'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전부 운동에너지로 바꿔 특제 탄환을 쏘아보내는 거지. 아마 상성에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재해레벨 귀' 이하의 괴인은 시체도 남기기 어려울테고, 상당히 강한 용급 괴인이라고 해도 치명타는 줄 수 있을거야."
"치명타? 내가 보기엔... 저걸 맞고 살아남을 생물은 없을것 같은데."
버섯구름이 걷힌 후, 맥코이가 가리키는 곳에는 조금 전까지는 없던 거대한 크레이터가 있었다. 그러나 동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단점이 없지는 않아. 일단 인파에 숨거나 지하 깊은 곳에 자리잡은 괴인 상대로는 못 써. 그리고 반동을 줄이기 위해 탄환의 무게를 줄이는 대신 탄속을 높였는데, 그것 때문에 외피가 특별히 단단한 괴인에겐 큰 피해를 못 줄 수도 있어. 물론 시뮬레이션에서 '지네 장로'의 몸 정도는 한번에 관통했지만."
"겸손한 척 하면서 결국 자랑으로 들리는군. 어쨌든 정말 수고했다, 동제. 앞으로 '어스 가디언'의 활약을 기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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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식사도 좀 하셔야죠. 대체 며칠씩이나 연구실에 틀어박혀 계시는 겁니까."
식당 영업을 마친 아머드 고릴라는 비밀 문을 열고 지하실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지하실에는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박사님?? 헉...!!"
지너스는 온 몸이 불타 뼈대만 남은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머드 고릴라는 그 즉시 연구실의 온갖 기록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암살자가 온건가? 아니면 위험한 실험을 하다가 실패하신 건가??"
이상한 점은 아무것도 없었다. 침입자의 흔적도 전혀 없었고, 어떤 실험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없는 것이 더 이상했다. 결국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한 아머드 고릴라는 머리의 발신기를 통해 어딘가로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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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스이류 님."
"괜찮아, 이것도 일인걸. 괴인과 싸울 사람이 필요하다며?"
※ 네오 S급 3위 ㅡ 스이류 (본명 스이류)
"그렇긴 하지만.. '히어로 협회'는 지금껏 단 한번도 인력을 빌려준 적이 없거든요. 이렇게 흔쾌히 S급을 보내준 '네오 히어로즈'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신대륙 조사단 단장 ㅡ 럼 콜버스
스이류는 '신대륙 조사단'의 활동을 돕기 위해 파견된 것이다. 신대륙이란 '초대륙 사이타마'를 제외한 지구의 나머지 모든 육지를 말한다.
물론 인류의 기술이 다른 대륙까지 이동해 문명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것은 이미 수백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주왕복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다른 대륙의 지도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항상 '괴인'이 방해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인원이 몰래 오고가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새로운 도시나 마을을 짓는다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였다.
괴인이 한 마리도 없는 땅, '자유의 땅'을 찾아 돌아다니는 신대륙 조사단이 생겨난 것도 수십년은 더 됐다. 그들은 첨단 무기로 무장한 함대를 가지고 있었고, 단원들 역시 자유의 땅을 꼭 밟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은 매번 괴인과 싸우느라 자유의 땅 탐험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목숨만 건져 돌아올 뿐이었다. 지금까진 그랬다.
"혼자서 괴인을 이길 수 있는 분과 같이 출동하는 것은 저희 조사단 역사상 처음입니다. 물론 저희를 무시한 히어로 협회도 이해는 됩니다... 수백년 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니 이젠 기대도 안 하는게 당연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이번엔 스이류 님이 있습니다!!"
"와!! 스이류!!"
조사단원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스이류 역시 그들의 기대에 맞춰 손을 흔들어 주었고, 그 직후 저 멀리 신대륙을 향한 함대가 출발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