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노로에 대한 이야기가 꽤 될 줄 알았는데, 시라즈와 우리에의 이야기만 주를 이루는 듯 싶어서 글 한번 써봅니다. 주안점은 노로와 점장의 관계로 맞추어 썼습니다. 모바일이기에 조금 중구난방인점, 미리 사과드려요 -,-
1.요시무라 점장, 쿠젠.
개인적으로 점장님에 대해 느끼는 바는 굉장히 철저하고 계산적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는 따뜻하고 인자하지만, 동시에 그의 호의에는 늘 그 이면이 있지요. 때문에 어떨 때는 굉장히 이기적이기도, 또 어떨때는 부처님급의 아량을 보여줍니다.
특히 그는 딸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극도로 철저하고 계산적이 되는데, 아이를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마음이자 또 동시에 젊은 시절 이미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받았기에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집착이 남들보다 더욱 짙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딸에게 스스로가 벼려낸 아내의 얼굴을 투영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냉철하고 강합니다. 그건 연로한 작중시점에서도 원펀치 쓰리강냉이를 털어버리는 사기성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카쿠쟈화시 드러나는 그의 가치관에서 마찬가지로 유감없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랬기에, 딸의 곁에도, 아내의 곁에도 있어주지 못했지요. 그는 늘 이걸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업보에 대한 자책이자 한가닥실을 붙잡으려 필사적인지도 모릅니다. 일전에 V기관 요원과의 접견에서 혼자 "ㅡ그래서 이렇게 발버둥을 치는 것이지."라고 중얼거린걸지도요. 그는 과거에 후회가 많은 자입니다.
동시에 그는 타인의 감정에 다가가 그것을 좌지우지하는 연륜도 갖고있습니다. 요시무라를 따르는 자들은 그를 위해 목숨조차 내놓죠. 그가 힘이나 강압적인 수단이 아니라, 인간적인 애정을 이용해 감정을 사로잡고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이건 그의 카쿠자보다 강력한 그만의 무기입니다.
요시무라는 자신은 이제는 늦어버렸다해도 어쩌면 노로가 아버지로서 에토에게 다가가 그녀의 곧은 성장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그는 어린 딸의 미래를 노로에게 쥐어주고, 그가 아이를 기르고 보호하도록 종용했습니다. 그는 무척 계산적이지만, 그 계산은 모두 결국 딸을 위해서 암약하는 것들이지요. 그걸 위해서 가지를 자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기적일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전형적인 아버지상이죠.
2.노로
노로의 과거는 모호합니다. 점장의 지인이었지만, 단순히 지인일 뿐이었을까요? 고작 지인의 부탁을 위해 자신의 반평생이나 다름없는 27년을 희생하려 들까요? 노로와 점장은 좀더 깊고 끈끈한 우정, 혹은 채무관계에 묶여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목숨을 내놓아도 될 정도의 깊은 빚을 졌다던지요. 이유를 막론하고 그는 점장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자그마치 27년입니다. 중년무렵부터, 황혼기에 접어들어 이제는 되돌아볼 여유를 가져야할 그 순간까지도 그는 에토를 기르고 보조하는데에 총력을 기울이지요. 죽는 그 순간까지도 떠올린 소중한 인물은 에토였습니다. 이는 그가 처음에는 비록 의무감으로 에토를 길렀다더래도, 끝내 그녀와 오랜 시간을 같이 함으로서 친부모는 아닐지라도 그에 걸맞는 부성애를 갖게 되었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는 단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3.계획
수십년전 맺었던 노로이와의 약속과, 기대, 그리고 에토가 잘 자라길 바라며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었던 그 계획이 그대로만 흘러갔다면 이 사단이 나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점장의 귀에는 심상찮은 소식이 들려오게 됩니다. 바로 "척안의 올빼미". CCG 최흉의 적, SSS의 카쿠자. 모두 그가 대번에 알아차릴법한 인물을 가르키는 호칭이었습니다. 카쿠자는 동족포식을 동반하고, 구울윽 강력함은 곧 그에 합당한 상처를 암시합니다. 점장은 곧 계획이 어긋났음을, 노로가 실패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모든걸 바로 잡기에는 서로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아요.
그러기엔 너무 늙었고, 그러기엔 귀여운 딸은 더이상 아이가 아니며,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심하게 어긋났습니다. 이후로도 점장은 언 발에 오줌누는 격으로 올빼미를 연기하고 딸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았죠. 딸은 병들었고, 약을 살 수단도, 약이 있는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카네키 켄. 사실 이름따위야 아무래도 좋았겠지만, 요시무라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척안의 구울이 된 그를 보며 딸을 연상합니다. 켄은 딸은 아니었지만, 딸과 비슷했죠. 삶의 심연도, 외로움도, 그 공허함조차 둘은 정말 닮았습니다. 그걸 보며 점장이 카네키에게 딸을 투영하여 애정을 쏟은 것도 분명 있겠습니다만, 계산왕 쿠젠의 진의는 조금 더 먼곳에 있었을거라 봐요.
바로, 딸과 닮은 카네키 켄이라는 존재를 이용할 수 있는 사용법을 파악했겠죠. 늙은 노로, 늙은 자신. 아직 젊은 에토. 바로잡지 못해 병든 에토. 그녀를 잡아줄 시간도 힘도 없는 자신들 대신, 누구보다도 에토를 잘 이해할 수 있을 카네키야말로, 제 2의 노로, 오히려 노로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에는 누구보다도 적합했습니다. 그래서 카네키에게 감정으로 다가서며 그가 결코 자신의 예상에서 크게 웃돌지 않도록, 그 그늘에 켄을 가둡니다. 바로 자기 딸을 지키고, 바로잡으며, 살 날이 많은 에토를 평생 관리해줄 존재를 만들어내고자 했기에 그렇습니다. 노로처럼요. 하지만 실패한 노로와는 달리, 켄에게는 확신이 있었겠지요.
4.RE, 결국 만나다
노로는 왜 필사적으로 싸웠을까요? 단순히 명령때문에? 죽을 위협이 생기면 에토를 데리고 도망치면됩니다. 어차피 아오기리 병력은 이곳에 없어요. 자기가 죽으면 누가 에토를 돌볼까요. 에토를 바로잡을 가능성조차 사라지는데? 그런데도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건 에토를 아끼는 노로와 맞춰보면 어폐가 생깁니다.
가능성이 몇개 생기지만, 염두해 둬야할 것은 노로가 목숨을 걸고 싸워도 괜찮은, 다시말해 전투에서 죽어도 문제가 없거나 에토를 위한 희망이 남게될 상황이 만들어져야합니다. 그리고 그건 하나 밖에 없겠죠. 바로 자신의 역할인 에토 보필을 어떤 형태로든 이어 받을 후견인이 생겼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건 언젠가 요시무라가 점정해두었던 카네키 켄입니다.
하지만 사사키인 그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녀를 거부하고, 그녀를 밀칩니다. 그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어요, 적어도 사사키인 채로는. 유일한 방법은 알을 깨는 것, 카네키를 되돌리는 것입니다. 그러기위해 조성된 장기말은 충분하지만, 늘 시간이 문제지요. 그리고 이번이 실패하면 기회가 언제올지 모릅니다. 다음번 기회는 너무 늦을지도요. 이번기회에 큰맘먹고 목숨을 걸기로하고, 카네키가 각성할때까지 누구도 위로 올라갈 수 없도록, 동시에 방해할 수 없도록, 철저히 문을 지킵니다. 그리고 계획은 성공하지요.
5.결론
추측성 글인데다가 정주행하며 파악한 나름의 해석이니 사람마다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로와 쿠젠의 한차례의 체스가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