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말은, 주인공이나 세계나 그 만화의 행보는 당연히 만화를 그리는 작가님 맘이죠. 엿을 더 줄지 말지는 엿장수 맘이듯이. 카네키가 더 구르든, 후루타가 약을 팔든, 토우카가 낙태하든 다 작가님 맘이죠. 그래서 우리가 바라던대로 전개되지 않는다고 작가님을 욕하는건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론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에는 그런 시나리오로 이끄는데 다 이유가 있잖아요. 주인공에게 성장의 여지를 제공한다던가, 주인공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보인다던가 따위를 선보인다는 발전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여진 도굴에선 그 이유를 알 수 가 없군요. 개연성까지 팔아서 주인공을 굴렸는데 결과는 더 시궁창이라니, 이 작가님은 진심인가?
카네키의 불행함은 꽤 특별합니다. 불행하고 처절한 주인공. 이것이 카네키를 특별하게 만들었죠. 대의를 위해서 본인이 불행해 진다니, 이거 완전 다크나이트 잖아요? 그런데 카네키는 자신의 불행을 자신의 종족들에게 옮겨붙게 만들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걸려든것도 아니고, 사전에 미연을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바보같이, 그 기회를 다 날려먹고 그 시간에 토우카랑 기차놀이나 했단 말입니다. 이걸 지켜보는 독자들입장에선 분통 터지지 않을 수가 없죠.
이것이 제가 요즘 도굴을 비판하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또한 제게 있어서 카네키의 철칙은 그 세계관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는 몇안되는 이정표가 카네키 였습니다. 그게 바로 카네키가 도굴 세계관에서 갖는 독자적인 매력이였다고요. 하지만 이번 전개로 인해 카네키는 스스로가 악순환의 일부로써 편입됬습니다. 스스로가 인간들의 트라우마 그 자체로 변이된것이죠. 다르게 얘기하자면 카네키 스스로 구울들의 미래를 사지로 몰아내 버린겁니다. 구울의 왕이 구울의 미래를 사지로 몰아넣었다니, 이건 다름아니라 암군의 상 입니다. 결론적으로 비극적인 주인공일 지언정 독자들은 덜떨어진 주인공상은 바라지 않을겁니다. 대채 언제적 주인공상이냐
이것이 제가 요즘 도굴을 비판하는 두번째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카네키가 시원하게 말아먹는걸 볼려고 도굴을 봐왔단 말인가요? 지금까지 무슨 고생을 하며 쌓아왔는데 죄다 도로묵으로 만든다고? 진짜로 도굴은 주인공을 굴리는 것에만 의의를 갖는 작품이었을 뿐인가?
결론은, 스이 센세는 카네키의 불행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고, 굳건한 철칙을 최악의 형태로 쳐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지금까지의 카네키는 아슬아슬 했어요. 불행의 외줄을 타듯 적정수준을 넘지는 않았었다구요. 그 철칙이 밥먹여주는것도 아닌데 그 철칙을 위해서 열심히 굴러줬죠. 아 좋아요, 이제 그 철칙을 무시하니깐 카네키는 전보단 편하게 살 순 있겠죠? 지킬건 지키고, 먹을것 먹고. 그래서 상황은 더 나아졌나요? 아니요, 오히려 더 악화됬습니다. 이제 인간은 그 어느때보다도 구울들을 척결하려 들겁니다. 그 명분을 카네키가 제공했습니다. 결국은 카네키라는 캐릭터에게서 철칙이란 매력을 없앴지만 본전도 못 뽑았습니다. 희망의 상징이 이제는 만악의 근원이 될태니까요.
소득없는 농사를 이렇게 까지 굴릴 필요가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