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굳이 쓸 생각은 없었지만, 이번화가 경우에 따라선 다소 혼란스럽게 다가올 수 있고, 그밖에도 다소나마 추측의 범위를 넓혀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간단하게 적어둡니다. 도쿄구울이 가진 <신세기 에반게리온>과의 유사성과도 관련이 있으며, 도쿄구울과 에반게리온의 공통된 모티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길어지면 쓸데없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이해도 어려운 내용이 줄을 짓기 때문에, 극히 간략히 요약하여 소개해드리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 카발라의 상징, 세피로트의 나무. 일력에서 아리마와 카네키 뒤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배경은 사실 '초기 세피로트 나무'라고 한다.
또한 이 배경은 도쿄구울:re 3권 젊은 아리마와 흑카네키의 투샷에서도 동일하게 활용되었다.
과거 중동 지방에서 발원한 유대교의 밀교, 흔히 카발라(Kabbalah)라고 부르는 분파에서는, 성경 속 신을 '생명의 시조'로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도 '아담 카드몬', 히브리어로 "아담의 원형이 되는 자"인데, 외에도 야훼, 아브락사스 등의 여러 명칭을 주었다고 해요.
카발라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신의 본질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에게 숨겨진 이 신성(神性)을 깨우친 인간은 신과 하나가 될 기회, 동시에 새로운 신으로 등극할 권리를 얻게 된다고 여겼죠. 여기서 신에 가까워진 상태를 노화와 수명제한의 고통을 겪는 '늙은 왕'으로 불렀으며, 완전한 신이 된 사람을 회춘하여 '젊은 왕'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도쿄구울에서 자주 사용되는 키워드인 '왕'의 모티브를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도쿄구울과의 접점이 있지만, 일단은 각설해둡니다.
▲ 이것이 유대교에서 설명하는 신, 생명의 시조이다.
삽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시피 남성과 여성이 한 몸이 된 상태로 그려지며, 용으로도 해석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유대교의 신이, 용과도 동일시되며, 양성구유, 그러니까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가진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는 것입니다.
완전한 신이 된다는 것은 서로 대립하는, 혹은 상반되는 모든 것들을 한데 섞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작중에서는 카네키가 용이 된 것이, 카네키가 조각난 리제를 모두 먹음으로서 "카네키와 리제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으로 묘사하였고,
리제 본인도 용의 행적에 대해 '우리가 함께' 하였다고 말한 바가 있었죠.
모티브를 공유하는 에반게리온에서도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이 장면 다음부터 나오는 곡이 그 유명한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이런 점들을 생각해봤을 때, "카네키는 가짜였고 리제만이 진짜 용이다!"라는 주장은 아직 다소 섣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_-;
카네키와 리제 양쪽 모두 용이 되기 위한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그런 카네키와 리제가 융합했기 때문에 모종의 이유로 용이 될 수 있었다고 보는 편이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큽니다. 달리 말하면 두 명으로 분리된 지금으로는 둘 중 어느 쪽도 '완전한' 용의 힘을 행사할 수는 없게 되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지요.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후루타가 리제만을 용이라고 부른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남는데, 단서로 삼을만한 공식설정이 전무하므로 제가 감히 무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과거 가장 완전한 형태의 용이었던 나가라자를 떠올려보면 망상에 가깝게나마 유효한 가설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간단하게만 짚고 가겠습니다.
나가라자가 현재까지 유일한 '태생적 용'이었다는 것은, 그는 태어날 때부터 용이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그 자신만으로 전부 갖고 있었다는 뜻일텐데,
이를 리제와 카네키에 대입해보면 :
a.반구울(나가라자 : 선천적 반구울 / 리제 : 해당사항 없음 / 카네키 : 인공 반구울)
b.카쿠자 (나가라자 : 선천적 카쿠자 / 리제 : 선천적 카쿠자 / 카네키 : 동족포식 카쿠자)
c.용핵 소유자(나가라자 : 선천적 소유자 / 리제 : 선천적 소유자 / 카네키 : 해당사항 없음)
나가라자 재능충
재미있게도 리제와 카네키를 합칠 경우, 나가라자의 상태와 얼추 일치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근거는 불충분합니다만, "반구울인 용핵 소유자가 카쿠쟈가 되는 것"이 용의 전제조건이라고 한다면, 단독으로도 용이 될 수 있었던 나가라자와는 달리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점이 있는 카네키와 리제(카네키는 용핵 미보유, 리제는 반구울이 아님)를 융합시킴으로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시켜 용을 만들었다..라는 설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무게를 싣긴 뭐하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죠.
다만 V기관과 후루타는 이미 반구울 기술을 완성시켜버렸기 때문에, 굳이 카네키를 고집할 필요가 없이 리제만 챙기면 언제든 용을 만들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반구울은 찍어내면 그만이기 때문), 이 탓에 이번화에서 리제의 탈취를 우선, 그녀를 용이라고 불렀던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상당히 현재 상황에 대해 깨끗한 설명이 가능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