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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file : 지렌 린치사건의 전말
문학의향기 | L:0/A:0 | LV8 | Exp.64%
109/170
| 2-0 | 2022-01-16 18:25:50 | 4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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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어느 날

 

  난 오랜 시간 꿈 속을 헤매다 돌연 눈을 떴다.

 

  내가 깨어난 곳은 중환자실이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내 앞에

 

  건장한 체격의 두 사내가 날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낯이 익다. 분명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놈들이다.

 

  몇 분간 정적이 흐르자 남루한 행색의 한 사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 쪽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양쪽 다. 그래야 후환이 생기지 않는다."    

 

  무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상황이 썩 달갑지가 않다.

 

  분명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저들이 다 망쳐버렸으니 말이다.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찰나,

 

  나는 생살을 칼로 찢는듯한 고통에 터져나오는 비명을 애써 삼켜가며 몸부림쳤다.

 

  "꺼억. 끄어억..." 

 

  생각해보면 이곳으로 오기까지의 경위를 난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의 상당 부분이 통째로 날아갔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아픔이 가라앉자 난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천천히 내 기억을 되짚어나가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지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제11우주안전기획부 소속의 치안담당관이었다.

  

  어느 작은 사건 하나를 정리한 뒤

 

  제7우주 안기부로부터 공조요청을 받고 팀원들과 함께 7우주로 발령이 났다.

 

  그 내용은즉슨 무시무시한 파워를 가진 두 괴한들에 의해 7우주가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이었고

 

  우리 프라이드 트루퍼즈는 2개조를 편성해

 

  제1조가 멀지 않은 곳의 한 놈을,

 

  멀리 떨어진 나머지 한 놈은 제2조가 맡아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또 혼자 가는거냐 지렌? 가끔은 동료들에게 의지해도 좋다고."

 

  "그 쪽이 효율적이니까. 다같이 가기엔 너무 먼 거리다."

 

  늘 그래왔듯이 2조는 나 한 명 뿐이었다.

 

  딱히 동료들을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니며 팀워크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쭉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난 늘 본대에서 떨어져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해왔던 것이다.

 

 

 

 

 

  동료들을 뒤로한 채 나는 커다란 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현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 갑자기 오한과 공포감이 온 몸을 감싸며 등줄기에 비가 오듯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무시무시한 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것은 집결지에서 느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대했다.  

 

  잠시 멈춰서서 심신을 가다듬고 호흡을 재정비하려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에 난 한시름을 놓았다.

 

  "잘 와줬어 지렌..."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틀자 바로 발앞에 낯익은 사내 한 명이 힘없이 쓰러져있었다.

 

  그 사내는 얼마 전 힘의 대회에서 적으로 만난 손오공이었다.

 

  "손오공?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부탁이야 지렌.. 브로리를 막아줘."

 

  그 한마디를 끝으로 사내는 숨이 끊어져버렸다.

    

  "브로리?"

 

  "......."

 

  난 순간적으로 위험을 느끼곤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엔 남루한 행색의 한 거한이 살기가 역력한 눈빛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내 마지막 기억이다.

 

 

 

 

 

 

 

 

 

 

 

 

  "슬슬 시작하지"

 

  "그래."

 

 

 

  

 

  스윽

 

 

  한 사내가 동료의 지시를 받들고는 무언가를 꺼내들더니

 

  짐승처럼 괴성을 질러대며 내 오른쪽 다리를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윽.."

 

  조금 고통스럽긴 했지만 나름대로 견딜만했다.

 

  "파워가 부족하군. 출력을 더 높여라"

 

  "미안하지만 모로. 이게 한계야."

 

  "겨우 그것 뿐이냐? 한심한 놈. 이 애비도 없는 고아새끼가!"

 

  멈칫.

 

  내 오른쪽 다리를 사정없이 두들겨패던 그 녀석은 

 

  동료에게 부모를 모욕당한 뒤 갑작스레 타작질을 멈추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고는 깊은 사색에 잠겨버렸다.

 

  몇 초간 묵념을 하던 그 녀석은 갑자기 고개를 쳐들고 연거푸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카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놈이 유유히 병실을 빠져나갔다.

 

  "크으으으...."

 

  아! 변신이라도 했나보구나.

 

  그 녀석은 숨을 한 번 거칠게 몰아쉬더니 살기가 역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놈의 변한 모습과 눈빛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히 내 마지막 기억속에서 본 그 짐승놈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너.. 너는 브로리?"

 

  "크아아아아아아아!!!!"

 

 

  

  팍팍 파삭파삭 팍팍 파삭파삭

 

  "끄으으... 제발 그만해...하지마..."

 

  그 개자식이 쇠뭉둥이로 신명나게 타작질을 하는 동안 내 오른다리는 완전히 개박살이 나버렸다.

 

  내 부모를 모욕한 너를 응징하겠다. 그의 눈빛은 분명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이쿠~ 내 정신좀 봐. 내가 그만 깜빡하고 이걸 안 챙겨왔지 뭐야?"

 

  타작질이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방금전 병실을 나갔던 동료놈이 쇠뭉둥이를 들고 다시 들어와서는

 

  "누군가의 부모를 모욕하는 놈은 용서할 수 없다. 친우로서 결코 브로리의 슬픔을 모른체하지 않으마."

 

  라며 내 왼쪽다리를 흠씬 두들겨 패는 것이었다.

 

  팍팍 파삭파삭 팍팍 파삭파삭

 

 

  

 

 

  "역시 우주제일의 1등급 딴딴철로 만든 특제 쇠뭉둥이야. 약효가 아주 탁월하단 말이지. 킬킬킬킬~"

 

  팍팍 파삭파삭 팍팍 파삭파삭

 

  내겐 더이상 비명을 지를 힘도, 몸부림을 칠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별것도 아닌 놈들이 까불긴 킬킬킬킬~"

 

  그렇게 썩어문드러지는 송장마냥 게슴츠레하게 실눈을 뜬 채로 그저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자니

 

  문득 그날의 악몽이 다시금 생생히 떠오르는 게 아니겠는가?

 

  

  

 

 

 

 

  

 

 

 

 

  남루한 행색의 거한은 살기가 역력한 눈빛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직전에 손오공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했던 터라 불안감이 엄슴해왔으나

 

  난 내 본분을 잊지 않고 그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놈이 브로리인가?"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거한은 순식간에 내게 달려들어 날 무자비하게 구타하기 시작했다.

 

 

  

 

  쾅

 

  쾅

 

  그가 내 다리를 붙잡고 패대기를 칠 때마다 정신은 점점 혼미해져만 갔고   

 

  난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동료들을 떠올리고는 나지막히 신음과 같은 후회를 읊조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만약 함께 싸웠더라면..."

 

 

 

 

 

 

 

 

 

 

 

 

 

 

 

 

 

 

 

 

 

 

 

 

 

 

 

 

 

 

 

 

 

 

 

 

 

 

  이른 아침 잠에서 깨보니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악몽이라도 꾼 것인지 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안좋은 꿈이라도 꾸셨나 봅니다."

 

  담당의로 보이는 자가 말을 건넸다.

 

  "글쎄.."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의사에게 따져물었다.

 

  "하반신에 아무런 느낌이 없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음..."

 

  담당의는 몇 초 정도 뜸을 들이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다리뼈가 완전히 으깨져서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입니다. 아마 남은 평생을 앉은뱅이로 사셔야 할 겁니다."

 

  "그런가? 알았다."

 

  내 덤덤한 태도에 안심이라도 하듯 담당의는 금방 병실에서 나가버렸다.

 

 

 

 

  "흐......"

 

  "으...."

 

  "아아아아아악!!!!!!!!!"

 

  나는 곧장 창문을 깨부수고는 그대로 병원 밖으로 나가 괜히 이리저리 날아보았다.

 

  하지만 균형감각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탓인지 몸이 도저히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가 없었다.

 

  "흐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쾅

 

  쾅

 

  날아오르다 고꾸라져 땅으로 쳐박고 다시 날아오르기를 수백 번 정도 반복하니

 

  그제서야 난 마음을 접고 길바닥에 그대로 잠들듯 쓰러져버렸다.

 

  갑자기 동료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했는지

 

  다들 본부로 무사히 귀환했는지

 

  갖가지 잡념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갈 즈음에

 

  문득 빨간약과 파란약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봐 지렌 혹시 빨간약과 파란약에 대해 알고 있나?"

 

  "그게 뭐지?"

 

  "말하자면 파란 약을 먹고 안락한 환상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빨간 약을 먹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거야."

 

  언젠가 내 동료 중 한명이 멋대로 떠들어댄 시시콜콜한 영화 이야기였다.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왜 지금 내 뇌리를 스쳐지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때의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하겠냐는 그의 물음에

 

  망설임없이 '빨간 약'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퇴원하고 한 달 정도를 허름한 지하 단칸방에서 폐인으로 지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술과 약에 찌들어 방탕한 나날을 보내다가

 

  돈이 거의 거덜날 때가 되면 구걸로 연명을 했다.

  

  평소처럼 길바닥에서 술값과 약값을 빌어먹고 있던 와중에

 

  한 사내가 찾아왔다..

 

  "실례합니다만 혹시 당신이 지렌입니까?"

 

  "응."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유감입니다만 당신과 함께 이 7우주로 파견을 오셨던 프라이드 트루ㅍ..."

 

  "그만."

 

  "예? 하지만.."

 

  "더 듣고싶지 않아. 썩 꺼져버려."

 

  난 귀를 틀어막고 애써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는 내 고집에 질리기라도 한듯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돌아가버렸다.

 

  요즘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 빚과 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빚과 세를 받아내러 집에 찾아오는 업자들로 간신히 허기를 달래고 있는 실정인데

 

  여기에 근심거리를 하나 더 얹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물론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면 이 구렁텅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애초에 그것들을 포기한다는 건 살아가는 이유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나는 마치 오늘이 세상 마지막 날인 것 마냥

 

  마지막 남은 1인분을 허겁지겁 먹어치운 뒤 술에 약을 듬뿍 타 밤새도록 들이켰다.

 

  문득 인간들의 발명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있어 이 맑고 투명한 성수에 신비로운 은빛 가루를 섞어 마시는 행위는

 

  나처럼 살아갈 의지조차 잃어버린 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는 것을 넘어서서

 

  모든 괴로움과 고통을 말끔히 씻어내리고 인생 최대의 행복과 기쁨을 선사하는,

 

  말하자면 스스로의 내면에 행해지는 성스러운 세례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이 은빛의 성수만 있다면 전 우주의 생명체들이

 

  세상 모든 괴로움이나 갈등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될 수 있을텐데..

 

  나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 동료들이 아른거린다. 귓가에 그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역시 지렌 너라면 진실의 빨간 약을 선택할 줄 알았어. 너처럼 긍지높은 전사는 절대로 그 의지가 꺾이지 않을테니깐 말이야."

 

  질리지도 않는지 또 그 영화 이야기였다.

 

  '웃기는 소리! 그런 고고함이 오히려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건가?'

 

  귓가에 맴돌던 동료들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환자분? 환자분?"

 

  "......"

 

  "눈좀 떠보세요."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렌씨 약먹을 시간이에요."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난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안좋은 꿈이라도 꾸셨나봐요? 안색이 많이 안좋으시네요."

 

  "글쎄.. 그것보다 여긴?"

 

  "당신이 길바닥에 쓰러져있던 걸 행인이 발견하고 여기로 데려왔어요. 거의 이틀동안은 깨어나질 않더군요."

 

  난 담당의로 보이는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전해듣고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그가 말하길 으스러진 다리는 성공적으로 복원했으며

 

  며칠간 재활치료를 받으면 균형감각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거라고 한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만 같던 이 어두컴컴한 앞길에 희망의 불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지렌씨.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그 때 한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

 

  분명 길바닥에서 빌어먹던 내게 소식을 전하겠다던 그 사람이었다.

 

  "당신과 함께 이 7우주로 파견을 오신 팀원분들이 임무를 마치고 집결지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가. 알았다."

 

  흩어져있던 내 모든 삶의 파편들이 다시금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금방 돌아갈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전해줘."

  

  난 들뜬 마음으로 재활에 힘썼다.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

 

  날이 바뀌어 갈 때마다 나는 점점 온 몸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생생한 감각과 그로 인해 수반되는 고통은 오히려 나로 하여금 자신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해주었고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위해 한껏 몸부림치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현실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도록 하였다.

 

  

 

 

 

 

 

 

 

 

 

 

 

 

 

 

 

  몸이 회복되는대로 난 곧장 그때의 그 장소로 향했다.

 

  내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던 바로 그 곳으로,

 

  아직은 풀어내지 못한 내 평생의 과업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그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난 적잖게 당혹감을 느꼈다.

 

  이곳은 마치 시간의 흐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모든것이 처음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숨이 끊어진 채 쓰러져있는 손오공,

 

  그리고 나와 처음 마주했던 그 장소에 그대로 서 있는 브로리라는 괴물녀석.

 

  그럼에도 내 발걸음은 개의치 않고 덤덤히 그 괴물에게로 향했다.

 

  "이제 끝내자."

 

  "크오오오오오오오오!!!!!!!!"

 

  그 거한은 그때처럼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스윽

 

  "끝이다."

 

  난 그의 공격을 한번 피해준 뒤

 

  정확히 급소를 가격에 한번에 숨통을 끊었다.

 

  "난 11우주 최강의 전사다. 고작 이런 변방의 짐승놈 따위에게 질 리가 없지."

 

  회복기간동안 강해져버린 탓일까

 

  내 생애 최대의 임무는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마냥 후련함만 가득할 것 같던 가슴속에는 그저 공허함만 맴돌았다.

 

  한참을 멍하게 서 있던 나는 해가 질 무렵이 되서야 동료들이 있는 집결지로 향했다.

 

  

 

  

  

 

 

 

 

 

 

 

 

 

 

 

 

 

 

 

 

 

  

 

  

 

 

 

  

  "수고했어 지렌!"

 

  "역시 해냈구나!"

 

  "언제 봐도 믿음직하다니까"

 

  집결지에 도착하니 기다리던 동료들이 날 환호해주었다.

 

  그들 또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우린 돌아가는 우주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나니 동료들은 모두 우주선에 올라타고 난 뒤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 걸음씩 선체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던 나는

 

  선내로 들어서는 마지막 계단 한 칸을 남겨놓고 걸음을 우뚝 멈춰세웠다.

 

  "무슨일이야 지렌?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혹시 여기에 아직 볼 일이라도 남은거야?"

 

  "....."

 

  "그 계단을 오르는 게 좋을거야 지렌. 우리들의 우주로 떠나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

 

  나는 어째서인지 그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도저히 발걸음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난 갑자기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복잡하게 뒤섞인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복받쳐올라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동료들은 그런 내 모습을 그저 말없이 무덤덤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흐느끼며 오열하던 내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이제 결정해 지렌. 어떻게 할 거야?"

 

  이 계단을 오를 것인지, 아니면 다시 내려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만 했다.

 

  나는 잠시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난 11우주 최고의 전사 지렌이다. 때문에 이 7우주에서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며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기에 서 있는것이다. 이것이 분명한 진실이며, 이외의 것들은 모두 거짓에 불과하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삐- 삐- 삐-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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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향기 2022-01-16 18:26:46
모 > 브 > 지
조우텐치 2022-01-16 18:41:23
놀라 미만잡
반도의군인 [L:57/A:96] 2022-01-16 18:45:31
@조우텐치
임인년콘푸로스트컷ㅇ
조우텐치 2022-01-16 18:47:04
@반도의군인
코코볼도 맛있죠 ㅇ
반도의군인 [L:57/A:96] 2022-01-16 18:50:19
@조우텐치
존맛탱ㅇㅈ
반도의군인 [L:57/A:96] 2022-01-16 18:45:17
정말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선생님, 개추드리고 가겠습니다
행성 2022-01-16 18:48:40
드디어 미친건가?
문학의향기 2022-01-16 18:52:02
@행성
"광기는 곧 예술혼이다"
VS게시판 [L:26/A:51] 2022-01-18 15:28:37
형님 이새끼 웃고있는데요?
문학의향기 2022-01-18 17:20:37
@VS게시판
"그쪽 세상에 가서라도 행복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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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나선환 써서 상닌급이라고 도대체 어디 써있지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아 병신 차단이라도 풀고 말하던가 존나 내로남불 좆빠지노 ㅋㅋ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나선환만 쓸 수 있으면 상닌급??
가가기 | 2022-02-07 [ 48 / 0-0 ]
[일반] 그리고 가아라는 시발 반박좀 하지마라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아니 문맥을 보라니깐? ㅋㅋ
가가기 | 2022-02-07 [ 48 / 0-0 ]
[일반] 반격하기 전부터 있는 힘껏 죽이려고 했다는게 아니라...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그냥 내가 묻고싶은 문맥은 이거임
가가기 | 2022-02-07 [ 49 / 0-0 ]
[일반] ㅇㅇ 그니까 있는 힘껏 죽이려고한게 맞잖아
십팔학 | 2022-02-07 [ 49 / 0-0 ]
[일반] 그니깐 마지막 교차공격에 심장 근처 경락계 끊을떄 있는힘껏 썻다는거지
가가기 | 2022-02-07 [ 48 / 0-0 ]
[일반] 있는힘껏 죽이려고 시도한거 맞지 ㅋㅋㅋ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말을 지가 처음부터 있는힘껏 죽이려고 시도했다는듯이 말해놓고
가가기 | 2022-02-07 [ 48 / 0-0 ]
[일반] 아니 당연히 피 흘려본적이 없으니까 이러지 장난하나 ㅋㅋㅋ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아니 뭐 병신 알고서 끼어들던가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지가 처맞은지도 모르니깐 당황하고있는걸 가져다가
가가기 | 2022-02-07 [ 48 / 0-0 ]
[일반] 가아라 본인도 피가 뭔지도 모르는데 당연하지 ㅋㅋ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암살시도 했는데 누나 형 있는곳에 대놓고 들어갔나봄 ㅋㅋㅋㅋ
가가기 | 2022-02-07 [ 48 / 0-0 ]
[일반] 가아라 모래방패가 단한번도 뚫린적 없는 이유
십팔학 | 2022-02-07 [ 48 / 0-0 ]
[일반] ??? : 차단했으면 절대 끼어들면 안된다?
십팔학 | 2022-02-07 [ 49 / 0-0 ]
[일반] 이것도 그냥 씹날조임
가가기 | 2022-02-07 [ 48 / 0-0 ]
[일반]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했는데 날조가 밥먹듯이 나와서 못참겠네
가가기 | 2022-02-07 [ 48 / 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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