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X라헬X쿤
무제
-라헬시점-
W. 익명X거프
1.
수술실 위에 청개구리의 모습이 이러할까. 고통에 발버둥치는 팔다리를 묶고 비명을 질러대던 입에는 호흡기가 부착되었다. 입 밖으로 새어나간 비명이 작은 통 안으로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며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 고통에 몸만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나는 이 곳에 누워 있게 되었는가. 피투성이가 된 내 몸이 낯설다. 이토록 상처 입어본 적이 있었나? 공주님 취급이라며,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로 불평하고는 했지만 너무나도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이었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무거움을 잊었다. 탑을 올라오기 전 경험했던 삶의 고단함을 잊었고 칼에 조금 베이는 것조차 아프다는 것을 잊었다. 그래서일까. 아픔을 잊은 몸이 너무나도 아팠다. 눈앞이 흐려졌다. 흐려지다 잠시 깨끗해졌다. 다시 흐려졌다.
아, 나는 울고 있구나.
옆에서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드는 게 느껴졌다. 파란 마스크가 눈에 띄는 의사였다. 의사는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손으로 가볍게 몇 번 내 뺨을 두드리더니 막 수술실로 들어오던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밖에서 내가 내는 것이 아닌 흐느낌이 들려왔다.
"……너무 미안해서 그래. 나만 아니었다면 라헬이 이렇게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쿤 씨가 울고 있었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고쳐 놓을 거야."
그의 다짐도 들려왔다. 중간 중간 목소리가 잘게 떨려왔다. 정말 슬픈 사람 같았다. 정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같았다. 수술실로 들어온 그와 눈이 마주쳤다.
"문, 닫겠습니다."
쿤에게 과장되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 의사가 문을 닫았다. 닫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제발, 닫지 말아줘요! 하지만 내 비명소리와 함께 내 목소리가 스러져갔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미안, 라헬."
미안하다니요.
분명 당신이 나를 밀었잖아……!
"원래대로 돌아가게 해줄 테니까."
눈물 때문에 눈앞이 흐려 정확히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쿤 씨? 왜 그렇게 웃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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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로운 단편 하나 들고왔습니다. 아직 조각글 이지만요.
소설은 라헬의 시점, 쿤의 시점으로 총 2개의 소설이 올라옵니다.
이건 라헬의 시점중 일부를 올린 글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고 기대해주세요!
아 제목은 아직 안정해서 미정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