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시티의 원형계단은 그 길이가 상당하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걸어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지칠 정도다. 당시 밤레기와 같이 원형계단을 오른 것은 나름 뛰어난 신체능력을 타고난 하유라와 오래달리기에는 이골이 나있을 길잡이 화련, 지옥열차 단골인 다니엘과 날아다닐 수 있는 라구엘 등이다. 나머지는 다니엘에 의해 계단이 파괴되면서 발이 묶여버렸고. 

  다들 알다시피 밤레기의 순수 신체능력은 그야말로 스레기이다. 잘해봐야 자왕난이랑 동급정도? 기막힌 신수저항력과 신체강화를 기반으로 무술을 익혀서 가시를 통해 근접전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작중 밤레기의 신체능력이 좋다는 묘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십이수가 처음 비올레와 마주쳤을 때 비올레의 신수를 봉인한 것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십이수는 (거의 추측이지만)신수를 쓰지 못하는 밤의 능력이 형편없을 정도라고 깐다. 다니엘과의 전투에서도 밤레기의 순수한 신체능력이 별로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체강화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일반적으로 신체강화라고 하면 전투에 필요한 근력과 근 지구력, 방어력 등의 향상을 말하지 심폐지구력이 강해지는 경우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신체능력이 스레기인 밤레기는 도망가는 라구엘과 다니엘을 따라잡기 위해 가시를 사용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속도를 냈다. 

  다들 치타가 육상 포유동물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지만, 최고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이 10초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고속력을 유지한 채로 계속해서 달리게 되면 심장이 오버히트되고 체내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장기와 뇌세포가 손상을 입거나 익어버릴 수 있다. 사람의 몸 구조가 치타와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 역시 전속력으로 그리 오랜 시간을 달릴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트레인시티 당시의 밤레기에 무언가 적용할만한 논리가 생긴다. 밤레기가 아무리 신체강화를 했더라도 심폐지구력이 상승되었을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그런데 기본 신체능력이 스레기인 밤은 자신의 최고속도를 "뛰어넘는" 속도를 가시를 통해서 냈고, 그상태로 다니엘과 라구엘을 쫓아 트레인시티의 그 긴 원형계단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따라 올라갔다. 심지어 밤레기는 그전부터 하유라를 쫓아서 쉬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고, 바로 다니엘과 전투까지 벌인 참이었다. 그 긴 계단을 그냥 전속력으로 뛰어 올라가기만 했어도 밤레기의 원래 신체능력을 고려하면 멀쩡하기가 힘든데, 이전부터 계속 달리고 전투를 하던 상태에서 다시 자신의 최고속도보다도 빠른 속도를 강제적으로 내면서 원형계단의 끝까지 올라갔다?  경험상 추운 날에 달리기를 하면 숨이 차는 걸 잘 느끼지 못해서 무리하게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몸이 힘든 건 똑같다는 거다. 한동안 운동을 안하다가 이렇게 10km를 달리고 나면 머릿속은 불이 붙은 듯이 뜨거워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안압이 높아진다. 적당한 속도로 달리기만 해도 이런데, 밤은 전속력보다 빠른 속도로, 그냥 걸어올라가기만 해도 힘든 긴 원형계단을 쉬지 않고 뛰어올라갔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서 밤레기가 지옥열차 앞에서 하아충이 된 이유를 추측해보았는데, 당시 밤레기는 무리한 심폐운동으로 인한 체내온도 상승으로 장기에 손상을 입고 다수의 뇌세포가 파괴되었으며 이때 주로 손상을 입은 영역이 좌반구 하측 전두엽 영역의 브로드만 영역 44번과 45번이라 문법이해능력과 언어표현능력이 떨어지는 브로카 실어증이 급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 밤이 툭하면 혼자 쓰러지는 것도 과열로 인해 뇌혈관이 파열되면서 생긴 뇌졸중 증세일 가능성이 높으며 원형계단을 오를 때 청노를 쓸 생각을 하지 못한걸로 보아 알츠하이머 역시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특히 이 경우는 가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이전이므로 예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