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대전쟁 라그나로크가 한창 진행되던 시절의 쿄이치를 잠깐 비춥니다.

"도대체..! 종말이라도 일어나는 거야, 뭐야?!"

라그나로크 당시의 쿄이치의 단발마 같은 탄식, '견부 밑 호자' 울티오가 인간에게 걸린 금제를 완전히 부숴버리는 장면이 나오며 쿄이치가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병실에서 깨어납니다.

누군가가 병실에서 겨우 일어난 쿄이치에게 말을 걸어 옵니다.

"정신이 좀 드나?"

오른팔을 잃고 아직 아무 의수도 못 단 박무진 역시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쿄이치에게 말을 겁니다.

지금의 추레한 세계대통령 차림은 아닙니다. 대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된 시점이겠죠.

박무진은 침대에 앉아 있는 쿄이치에게 허리를 숙이며 간청합니다.

"힘을 보태주게. 우리 인간을 위해...."

 

장면이 바뀌고 쿄이치가 병실을 나와 로시난테와 난간에 기대서 대화를 나눕니다. 쿄이치는 박무진과 자신의 친구인 나기사 미도리에게 들은 정보를 로시난테에게 들려줍니다.

"박무진의 말에 따르면, 진모리는 마왕군에, 한대위는 NOX 쪽으로 붙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박무진)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여러 정황들... (나기사 미도리는 쿄이치에게 "제게 보이는 건 그저... 한대위 씨는 더 이상 패자부활전의 '한대위'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진모리 씨는... 우리완 다른 이형의 존재가 맞다는 것 정도밖에... 유미라 씨 또한... 굉장히 위태로워... 인간은 또다시 분열할 거예요."라고 충고했습니다.) (로시난테, 너는) 어떻게 생각해? 박무진의 말을 전부 믿어도 되는 걸까? 한국팀이 인간을 배신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쿄이치 옆에서 난간에 기대서 같이 서 있던 로시난테가 대답합니다.

"배신이냐, 아니냐. 어느 쪽이든 상관 없어. '신'들 앞에서 우린 날파리보다 못했다는 것, 그렇기에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 그게 그 사람(박무진)의 생각과 통할 뿐이야."

쿄이치가 로시난테의 말을 곱씹으며 난간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봅니다. 어떤 공사장 인부가 일반인은 도구가 없이는 절대 혼자서 못 드는 양의 철골을 박무진에게 좀 옮겨 달라고 부탁하자, 박무진이 아직 부상이 안 나았음에도 아무 불평도 없이 흔쾌히 철골들을 옮겨줍니다. 쿄이치가 그 모습을 봅니다.

 

시점이 진모리와 집행위원들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경기장으로 드디어 바뀝니다.

저번 374화에서 나왔던 대로 쿄이치는 야마타노오로치의 거대 뱀으로 진모리를 집어삼키려 하지만 진모리가 회축으로 깔끔하게 야마타노오로치를 터뜨립니다.

쿄이치가 식은땀을 흘리며 놀랍니다.

'차력은 전무. 힘 자체도 우리보다 월등하진 않아. 헌데,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

 

이런 결과라는 것은 쿄이치와 로시난테를 제외한 집행위원 전부가 진모리에게 패배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결과를 말합니다.

다굴해도 진모리 한 사람을 못 이긴 주제에 힘이 월등하진 않다느니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냐느니 하다니... 집행위원 G, E, Y, U, F가 모두 진모리 발치에 쓰러져 있습니다. 집행위원 E는 차력도 무려 크툴루 신화의 그레이트 올드 원 중 하나인 골 고로스인데 너무 약하네요.

 

쿄이치와 진모리의 대화가 잠시 이어집니다.

"17년 전... 인간을 배신했다는 거 사실이야?"

"아니. 내 말을 믿을진 모르겠지만, 그날 난 박무봉에게 배신 당했어."

"... 그런가?"

진모리의 대답을 듣고, 쿄이치의 심리 서술이 나옵니다.

'어렴풋이... (진모리의 배신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다만... 17년 간 (박무진이) 보여 준 (인간에 대한) 진심을 그저 믿고 싶었을 뿐!'

쿄이치는 최후의 발악으로 '쿠사나기류 귀신베기'라는 기술로 검으로 진모리의 머리를 내리치려 합니다.

진모리도 집행위원들의 국보 중 하나를 잡고 '귀신베기'를 카피해서 동시에 대응합니다.(그런데... 진모리는 기술을 다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바로 베끼지? 역시 분신 휘모리가 겪은 일은 본체인 진모리도 전부 알 수 있나?)

같은 기술로 서로 격돌하자, 진모리는 왼쪽 어깨를 베이고 쿄이치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말을 남기고 패배해 쓰러집니다.

"17년 전 패자부활전에서 한 번 보고 따라했던(휘모리가 실험체 M과 싸울 때 쿄이치의 기술 귀신베기를 따라했던 것을 뜻합니다.) 걸... 또 쓴다? 반칙이잖아..? 그건...."

 

쿄이치가 쓰러지고, 최후의 집행위원 로시난테가 진모리를 향해 오른팔을 뻗어 주먹을 날립니다. 진모리가 그 주먹을 허리를 숙여 피하는 동시에 엄청나게 빠른 오른발 발차기로 로시난테의 안면을 가격합니다. 몸은 진모리도 약해졌다지만 역시 경험이나 센스는 로시난테 따위가 따라올 수 있을 수가 없지.

예전에 단모리 상태에서 잠시 로시난테와 붙었을 때는 피하기 힘들어 했던 헤라클레스의 화살들을 진모리는 모두 피합니다.

참고로 진모리가 화살들을 이러저리 피하는 움직임이 상당히 멋있습니다.

진모리는 날아오는 화살들을 일부는 발로 차 내고, 일부는 손으로 잡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잡은 화살 몇 개를 로시난테 쪽으로 던집니다. 로시난테가 허공에 소환한 활 세 개가 모두 박살이 납니다.

로시난테와 진모리가 주먹으로 서로의 안면을 가격하며 난타전을 펼치자 피치는 경이로워하며 17년 전의 라그나로크 당시에 제천대성 진모리와 사탄이 공중에서 싸우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때 피치는 당연히 어린아이였는데 잘도 공중에서 싸우는 두 신들의 모습을 또렷하게 보고, 잘도 얼굴을 기억하네요. 하긴, 단아한은 2살 때부터 진모리가 제천대성인 것도 알고 있었으니 그 정도로는 이상하지도 않네요.

 

예전에 한대위가 피치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녀석(제천대성 진모리)이 진심으로 싸우면 난 상대도 안 돼."

말투가 건방진 샤오첸도 특유의 빻은 표정으로 피치에게 당부했습니다.

"그 원숭이 자식, 잘 지켜보도록 하세요.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피치는 자신이 진모리를 무시하며 뭘 모르고 내뱉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합니다.

 

진모리는 로시난테의 과도한 움직임을 보며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과(過)하지? 이 정도여도 충분하잖아?!'

진모리는 자신의 볼에 닿은 로시난테의 왼손 주먹은 고개를 젖히는 정도로 흘려 내는 동시에, 왼손으로 갑옷이나 방비도 없이 비어 있는 로시난테의 복부를 가격합니다.

 

로시난테의 모든 갑옷이 부숴집니다. 그리고 로시난테에게 어마어마한 충격량이 들어오는데, 작화가 진짜 훌륭하네요.

로시난테도 피를 토하며 쓰러지기 전에 한 마디 합니다.

"이 다리... 라그나로크 때 제우스에게 당해 엉망이 됐지. 허나 새로운 재질과 금속을 넣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어. 이게 '우리의 힘'이야. 두고 봐.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능가해 줄 테니까...."

진모리도 완전히 패배한 로시난테를 지나치며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해줍니다.

"기대할게."

 

'저 둘과 만났던 건, 내가 아닌 휘모리. 휘모리, 널 기억하고 널 목표로 하고 있어. 짧은 시간이지만, 휘모리, 넌 엄연히 살아 있었어.'

진모리는 이런 생각을 하며 박무진을 향해 걸어갑니다.

박무진과 진모리가 서로를 노려봅니다. 박무진이 말을 꺼냅니다.

"이거... 오랜만...."

박무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모리가 왼손으로 박무진의 안면에 강하게 주먹을 날리며 끝납니다. 맞은 박무진의 모습은 마치... 웅녀에게 주먹으로 맞는 단테의 얼굴 같았습니다. 앗...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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