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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바타X킨나라] 너를 사랑하면 안 될까 (1)
아난타 | L:29/A:565 | LV123 | Exp.59%
1,468/2,470
| 9-0 | 2022-10-11 03:32:27 | 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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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보고 뽕 차서 써본 단편.  

남 아이라바타의 짝사랑. 

이 다음엔 실연당하고BBS 브리트라와 킨나라와 찐-한 꾸금을 쓰고 싶다.

 

 

 

 

그런 이야기가 어쩌다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여느 날, 같이 모여 즐겁게 잡담을 나누던 중에 동족의 입에서 불현듯 터져 나왔다.

"아이라바타, 너 킨나라에게 관심이 있잖아."

"으응, 그야 그렇지? 우리 왕인데."

좋아, 자연스러웠어. 방금의 대답이 티가 나진 않았을 것이라 아이라바타는 안도했다. 

속마음은 이랬다. 어떻게 관심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언젠가부터 킨나라의 옆 모습을 떠올릴 때 어쩐지 얼굴에 힘을 주기 어려워졌다. 그건 아마 차분하고 신중한 여왕 앞에 서면 수라화 한 기준으론, 뒷다리의 근육이 팽팽해지는 까닭과 같으리라. 물론 그건 비밀이었다. 그의 동족들은 킨나라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정말 왕이라서야?" 

하지만 하필 부담스럽고 집요하게 그 친구는 다시 물었다. 지긋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아이라바타는 본심을 털어내고야 말았다. 

"으아아아! 그래, 좋아한다. 좋아해."

곁에 다른 친구들이 많은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눈앞의 녀석이 단 둘이 있을 때 캐물어 봤어도 마음을 다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라바타는 속절없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가 한 없이 거짓말에 서툰 편이기도 했다.

"우와 진짜였구나." 

"망나니 같은 너도 드디어 사랑에 빠졌구나." 

하필 지금은 동족들이 대부분이었다. 화제의 주인공으로서 그 폭탄선언에 많은 관심이 꼬였다. 

"헐, 아이라바타가 킨나라 좋아해?"

"킨나라가 좋다고? 그야 예쁘긴 하지만...."

"뭔가 어려운 느낌이지." 

자신에 대한 말은 아무래도 좋았지만 킨나라에 대한 말은 유독 잘 들렸다. 아이라바타는 불편한 점이 있으면 바로 지적해야 직성이 풀렸다. 

"잠깐, 그 말 킨나라가 우릴 싫어한다거나, 오해할 수 있게 말한다?"

킨나라가 물러나 있는 와중에 이인자인 아이라바타는 왕이나 다름 없는 영향력을 지녔다. 가벼운 지적만으로도 동족은 자신의 말을 고쳤다.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

그녀가 외로워 보이는 건, 사실이다. 동족들과 어울리지 않지만 아이라바타가 알기로 킨나라는 다른 수라와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정말 동족이 '오해'한 게 아니기라도 한 듯 어울릴 필요가 없는 것처럼 구는 건 사실이었다. 그녀의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아이라바타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설령 킨나라가 동족을 개의치 않고 고고하게 벽을 쌓는다 하더라도, 사실이더라도, 그런 소문은 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다른 누가 킨나라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아이라바타, 어떤 점에서 킨나라에게 매력을 느낀 거야?" 

"언제부터 킨나라한테 반한 건데? 난 이게 더 궁금해."

"언제인지가, 중요해?" 

어느새 한둘씩 짝사랑에 대해서 아이라바타에게 달려왔다.

그들 앞에서 아이라바타는 드물게 고민하며 입을 뗐다. 

"그게, 어느 날 반했다기 보단.... "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에게 빠졌다고 생각할만한 계기를 알고 있었다. 

 

 

 

모든 감정은 그의 참견에서 시작되었다. 참견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그는 넓은 오지랖으로 유명했다.

세심한 배려도, 헤아림도 아니었다. 조용히 한 곳에 머무는 왕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그래서 어울릴 수 있게 된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겪은 경험을 보따리처럼 킨나라 앞에서 털어놓았다.

아이라바타는 세상 온갖 것에 관심이 있었다. 수라 중엔 처음으로 신들과 이야기해 보기도 했었고, 신들이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궁금함이 풀릴 때 까지 다른 녀석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달려들었다.

환상적인 오로라와 따스한 온천수, 들에 피어나는 꽃잎들, 초월기와 물리법칙과 양상, 아름답게 물드는 나뭇잎, 가장 몸을 뒹굴기 적당한 풀들, 친구 따라 먹어본 간식들, 거의 모든 나스티카들의 이름, 그들 하나하나의 성격과 특징, 소문들. 마당발인 아이라바타는 다른 나스티카보다 모든 것에 대해서 해박하다고 자부했다. 

신나는 모험, 때때론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사건·사고들, 거기에서 아이라바타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는 익숙했다. 그래서 요란스럽게 이야기가 끝냈을 때 킨나라에게서 그의 다른 친구들이 그랬듯 격렬한 반응이 돌아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왕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느리게 대꾸할 뿐이었다. 

"그랬구나." 

자신을 대하는 모습은 긴장한 듯한 제스쳐였고, 낯선 무언가를 보듯 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킨나라가 나쁜 의도가 있어서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인 손은, 저런 행동은 듣는 입장에서 말하는 내가 불편할 때 나타난다고, 똑똑한 녀석에게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왜? 

물론 아이라바타를 좋아하는 이들만큼 불편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녀가 강한 수라이기도 했고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으면 힘으로 해결해버리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한 편으로 그런 기질과 이름의 힘으로 아이라바타는 원하는 것을. 소유욕은 강하지 않았지만 그가 원하던 바는 대부분 이루어졌다. 대부분? 거의 다 이뤄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도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일수였고 그렇게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아이라바타가 사는 이유 같았다. 

"....그래서, 행성 신을 죽이지는 말자고 결론을 내렸는데 말이지."

입이 마르도록 열심히 털어놓았지만 킨나라의 반응은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문득 아이라바타는 한 번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애매한 상대가 된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같은 편으로 응원받고 환영받거나 미움 당하고 경계시되고 원성을 들어야만, 그 둘 중 하나여만 만족했다. 옳고 그른 게 확실해야만 했다. 애매모호한 건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듣는 그녀의 얼굴은 빤히 쳐다보아도 감이 잘 안 잡혔다.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다른 녀석들이 킨나라를 거북하게 여기는 지 알 것 같다. 이런 건 생각을 숨길 일도 아닌데, 내 이야기가 지루할 리가 없는데. 

그 사실을 상기하니 어색하게. 화제를 돌려 아이라바타는 킨나라의 거처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그나저나, 여기 근사하다. 조용하고."

진심이었지만, 습관이 된 예의상 한 말이었다. 온 우주를 누비는 아이라바타에게 킨나라의 장소는 오히려 왕이 머물기에는 조촐하고, 심심한 곳이었다. 늙은이로 놀림당하는 야크샤의 거처가 이곳보다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마워." 

줄곧 그림처럼 뻣뻣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왕은 그제야 편한 얼굴을 보였다.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 같았다. 

그 몸의 반응은 차라리 어느 행성에서 자생하는 특이한 열매를 먹었을 때와 비슷했는데 자신이 굳이 그 열매가 궁금해서 먹어봤다는 사실은 제쳐 두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걸로 만족했었던 그때와 달리, 그의 뺨에 열기는 쉽게 식을 것 같지 않았다. 

맙소사! 그는 순식간에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짐작하고(거의 확신하고!)

"흠흠, 맞다. 나 해야 할 일이 생각났거든? 가 볼게." 

어쩌면, 아이라바타는 거짓말에 능숙할지도 모른다. 

"그래, 잘 가."

나가려던 아이라바타는 등을 돌렸다. 그에게 호불호는 확실해야만 했다. 킨나라는 그가 들어왔을 때와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괜찮으면, 다음에 또 올까?" 

"그래 줄래?" 왕은 다시 한번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은 차려보니 아이라바타는 원래 목적은 잊고 경쾌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어쩌면 도망치면서 그는 킨나라가 머금었던 웃음을 떠올렸다. 

화사한 웃음이었다. 의외인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말한 이야기는 재미 없다는 듯 들었으면서 그런 흔해빠진 칭찬에 감동하고. 또.... 

그런 말을 해 주는 녀석들이 없었나? 아마도.

그래도 방금 일어난 일이, 그녀의 태도가 납득이 가진 않았다. 

정말이지, 왜 그런 작은 말에 감동해? 이 우주의 마지막 날에도 그 좁은 곳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올 것처럼 굴었으면서, 왜? 정말이지 아이라바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라바타는 온갖 만물에 눈길을 빼앗기고 알아가면서, 이 우주가 익숙하다고 자부할 때가 되어서야, 아이러니하게, 강렬한 이끌림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괜스레 발에 닿는 돌멩이를 부숴보았다. 원래 목적, 그래. 원래 목적은 두문불출하던 동족의 왕을 밖으로 꺼내서 아이라바타 자신이 반짝 주목을 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수라들에게 내로라할 수 있는 왕이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킨나라를 만나고 온 뒤에 그 일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싫을 것 같았다. 이대로라도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조용하고 우아하고, 내보인 따스한 부분은 나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다른 녀석들이 킨나라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건 싫었다. 작고 평화로운 안식처에서 고요함을 즐기는 킨나라 족의 왕이, 자신만의 킨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느 남성 나스티카가 할 만한 본능이 아이라바타에게도 있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격정으로 아이라바타는, 아무도 안 볼만한 어느 외딴곳에서 뻥뻥 다리를 걷어차고 있었다. 애꿎은 바위산이 무너졌고 놀란 소동물들이 달아났지만 그래도 들끓는 마음이 식을 리 만무했다. 

"미치겠다아아! 진짜아아!"

그는 몸을 비틀며 태초 이래로 처음 겪는 격정적인 열병에 고통받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에게 참견하는 걸로 지지 않는 아이라바타였지만, 막상 이럴 때 자신이 도와달라고 하기는 민망했다. 아니 그냥 애매한 상황이었다. 킨나라와 그나마 친하다고 할 수 있는 게 자신인데, 어떻게 더 킨나라와 친해질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겠냔 말이다. 

"그래, 그 녀석이라면.... "

마침, 한 명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는 생각난 김에 바로 자신의 친구를 향해 달려갔다.

 

 

 

 

카레곰은 이런 의미를 의도하지 않은 것 같긴 한데  쓰다 보니까 아이라바타의 약한 집착이... 

아그니랑 같은 속성이라고 생각하면, 뭐....

 

쿠이: 날씨 왤케 추워짐~ 간다르바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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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여캐최고 2022-10-11 13:25:03
ㄹㅇ 뭘했다고 벌써 추워? 에바임

쿠이: 요즘 보기 드문 장문 소설이네요 아이라바타 특유의 인싸식 사고 방식이 인상 깊음
아난타 [L:29/A:565] 2022-10-11 13:55:50
@마족여캐최고
그래봤자 3화 분량일 것 같음. 뒤에 생각하는 것도 별 내용 없고 연애상담하고 들이대보지만 결국 '브리트라'당하는?
ㅋㅋㅋㅋ인싸식 사고방식 ㄹㅇ로요 좀 그렇게 의도하면서 썼어요. (아이라바타가 킨나라 좋아한 거 다 아는데 킨나라만 모르는...)
hybrid 2022-10-11 14:27:09
킨나아이 ㅊㅊ 잘읽었음
아난타 [L:29/A:565] 2022-10-11 16:33:14
@hybrid
아이라바타 남이라서 아이킨나입니다요.
둘이 사귀는 것도 아니라 의미가 없긴 하지만.
team87 2022-10-14 18:27:17
추천드립니다
team87 2022-10-14 18:34:48
근데 아이라바타가 돌아온 킨나라에게 고백하지 않은게 킨나라의 첫번째 사랑이 되지 못할바에, 킨나라가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바엔 사랑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자존심도 있지 않을까요
아난타 [L:29/A:565] 2022-10-14 20:42:20
@team87
아직 실연의 부분까진 안썼는데요...
뭐 팬픽은 해석의 한 방법이니..정말 자존심으로 포기한 것도 그럴싸하네요
저도 다음편을 어케 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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