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이 ‘개 식용 금지’ 법제화 당론 추진에 주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야당에서 호응하면서 탄력을 받았지만 개를 먹지 말라고 법으로 금지하는 데 대해선 반대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육견협회 등 개 식용 업계 종사자들의 개별적인 항의를 받는 지역구 의원들도 난처함을 표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건희법’ 추진 변함 없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이 최근 자체 여론조사 결과 개 식용 금지 법제화에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캠페인 등을 통해 식용 금지 여론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개 식용 금지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며 “천만 반려동물 시대다. 이제는 ‘개 식용 종식’을 실천할 때”라고 밝혔다.

 

장예찬 최고위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미 사회문화적으로 개 식용 문화 자체가 사실상 사장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그러면 법과 제도를 완비해나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개 식용 문화 종식’을 임기 내 이루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데 맞춰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김건희법’이라 이름 붙여 힘을 실어 왔다. 김 여사는 지난달 30일에도 개 식용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장을 찾아 “불법 개 식용은 절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분들과 함께 친구가 돼서 개 식용이 금지될 때까지 끝까지 운동하고 노력할 것이다.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다수 의원이 이에 호응해 지난달 여야 의원 44명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발족하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하는 행위, 개를 사용하는 음식물의 취득·운반·판매·섭취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다.

 

하지만 당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법제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크게 나오면서 당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조사 결과 개 식용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법으로 만드는 것은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며 “개인이 알아서 하면 되지 무슨 국가에서 법까지 만드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국가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강제하는 데 대한 반발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당 지도부 입장에선 내년 총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젊은 층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각 지역구에서 마주치는 반발도 의원들을 주춤하게 한다. 도농복합지역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육견을 키우는 분들이 요즘 자주 찾아와서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항의를 한다”며 “개 식용 금지에 적극 나서기도 어렵고,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개 식용 금지를 집행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개 농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확한 조사와 법제화를 위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 산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책을 마련해야 해서 내년 5월에 끝나는 21대 국회에선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 관심사인데 뭐어쩌라고?

아 상왕이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