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는 정말 조류(鳥類)였던가 보다 안해가 그렇게 수척하고 가벼워졌는데도
날으지 못한 것은 그 손가락에 낑기웠던 반지 때문이다 오후에는 늘 분(粉)을
바를 때 벽(壁) 한 겹 걸러서 나는 조롱(鳥籠)을 느낀다 얼마 안 가서 없어질 때까지
그 파르스레한 주둥이로 한 번도 쌀알을 쪼으려들지 않았다 또 가끔 미닫이를
열고 창공(蒼空)을 쳐다보면서도 고운목소리로 지저귀려 들지 않았다 안해는
날을 줄과 죽을 줄이나 알았지 지상(地上)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비밀한
발을 늘 버선 신고 남에게 안보이다가 어느날 정말 안해는 없어졌다 그제야
처음 방안에 조분(鳥糞) 내음새가 풍기고 날개 퍼득이던 상처가 도배 위에
은근하다 헤뜨러진 깃부시러기를 쓸어 모으면서 나는 세상에도 이상스러운 것을 얻었다
산탄(散彈) 아아 안해는 조류이면서 염체 닫과 같은 쇠를
삼켰더라 그리고 주저앉았더라 산탄은 녹슬었고 솜털 내음새도 나고 천근 무게더라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