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 최동현
먼 산에 아직 바람이 찬데
가느다란 햇살이 비치는
시멘트 층계 사이에
노란 꽃이 피었다.
나는 배고픈 것도 잊어버리고
잠시 황홀한 생각에 잠긴다.
무슨 모진 그리움들이 이렇게
고운 꽃이 되는 것일까.
모진 세월 다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살아온 나를
이렇듯 정신없이 붙들고 있는 것일까.
작은 꽃 이파리 하나로도, 문득
세상은 이렇게 환한데
나는 무엇을 좇아 늘 몸이 아픈가
황홀한 슬픔으로 넋을 잃고
이렇듯 햇빛 맑은 날
나는 잠시 네 곁에서 아득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