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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 2015-06-29 03:11:02 | 6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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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지만 '프링프링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30년 정도 전에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인형극이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주인공인 푸링푸링을 중심으로 동료들이 같이 여행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다양한 나라[가상 나라]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자가 '루치 장군'이다. 루치 장군은 머리를 빡빡 밀고 후두부가 비정상적으로 발달되어 있었고 지능 지수가 1300인 놀라운 군인이었다. 그 무렵 초등학생이었던 내 반 중에 후두부가 큰 녀석이 있어서 당연히 루치 장군으로 불렸다. 루치 장군[이하 루치]는 명랑하고 인기가 많은 녀석으로 처음에는 그 별명을 싫어했지만 나중에 익숙해졌다. 선생님이 칭찬할 때도 "그야, 선생님. 전 지능 지수가 1300이니까요."라고 말해서 애들을 그 자리에서 뒤집어버렸다. 

 

그런 루치가 인형극에서 역할을 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때마침 반 여자애들에게 미움 받기 시작했다.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일부 여자애들이 싫어하다가 나중에는 모든 여자애들이 무시하게 되었다. 남자애들은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같이 놀았다.

 

뭐 괴롭힘은 예나 지금이나 잔혹했다. 점심 시간에 나와 A와 루치 3명이서 놀고 있으니 여자애 B가 다가왔다. 

 

"우리 집에서 가져왔는데 이거 줄게."

 

그 애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탕을 주었다. 

 

"정말로? 고마워."

 

나하고 A는 사탕을 받았다. 

 

"루치는?"

 

"두 개밖에 없어."

 

내가 묻자 B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루치. 그럼 내 거 줄게."

 

A가 자기 사탕을 내밀자 B가 버럭 화를 내었다. 

 

"T[나]하고 너한테 준 거잖아? 다른 사람에게 줄 거라면 돌려줘!"

 

어이가 없는 태도에 화가 난 내가 사탕을 돌려주려고 하자 루치가 웃으면서 말렸다. 

 

"T, A, 받아둬. 나는 충치니까 됐어."

 

그리고 루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깐 보건실 좀 갔다 올게."

 

루치가 교실에서 나갔다. 

 

"루치!"

 

A는 루치를 뒤쫓아갔다. 나는 B에게 핀잔을 주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루치가 가엽지도 않아?"

 

그러자 B가 뜻밖인 말을 했다.

 

"그치만 루치는 기분 나쁘잖아. 학교에서 돌아갈 때 인형과 의사 놀이하는 거 봤다고 모두 말했다고."

 

"의사 놀이 정도는 할 수도 있잖아! 응? 인형하고?"

 

"그래, 기쁜 듯이. 변태 아니야? 너희도 루치하고 놀고 있으면 가이머[외톨이]가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B는 사라졌다. 설마 그럴리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루치하고 학교 안에서 잘 놀았지만 밖에서는 그다지 논 적이 없다. 

 

방과 후, B가 한 말이 궁금해진 나는 루치 뒤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루치에게 들키지 않도록 거리를 두면서 미행할 때 마치 '태양을 향해 짖어라'에서 나오는 마카로니 형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건 그렇고 루치 집이 여기던가?

 

잠시 따라가니 루치는 골목길 옆 토관을 들여다보고는 인형을 꺼냈다. 상당히 커다란 인형이었다. 그걸 손에 들더니 울타리를 넘어서 빈 터로 나왔다. 거기는 제초를 하지 않았는지 내 가슴 높이만큼 풀이 자라있었다. 몸을 숙여서 풀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니 루치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가까이 가려는 순간 약속이나 한 듯 떨어진 나뭇가지를 밟아버리고 루치는 나를 발견했다. 

 

"T, 내 뒤를 따라온 거야?"

 

"따라왔다고 해야하나...하하하."

 

웃으면서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루치가 손에 든 걸 보고 굳어버렸다. 더러운 나체 인형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기분이 나빴다. 크기는 60센티미터 정도 되는 소녀 인형. 눈은 흰색이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루치야 말로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내가 물으니 루치는 부끄러운 듯이 대답했다. 

 

'의사 놀이."

 

"인형하고?"

 

"뭐야? 지금 뭐라고 했어? 미키는 인형이 아니야! 살아있다고!"

 

성난 파도 같이 루치가 내뱉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했기에 무서워진 나는 말을 맞췄다. 

 

"미안미안. 내가 잘못 봤어. 그거 미키라고 하는 구나. 언제나 같이 노는 거야?"

 

"응, 귀여워. 혹시 T도 같이 놀고 싶어? 놀고 싶지? 미키, T도 같이 놀아도 될까?"

 

공허한 그 눈에 소름이 돋았다. 큰일 났다. 미행 같은 건 하는 게 아니었다. 이럴 때 A가 있었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비가 내렸다. 이걸 기회로 돌아가려고 마음 먹었을 때였다. 

 

"이대로라면 젖을 거야. 맞다! 미키, 집에 가자!"

 

그는 오른손으로 미키를 잡고 왼손으로 내 손을 잡은 뒤 달려갔다. 돌아가고 싶었지만 루치 힘이 장난이 아니라서 뿌리칠 수 없었다. 

 

루치가 데리고 간 곳은 야초원 뒤에 있는 폐가였다. 흔히 '악령이 나오는 집'으로 불리는 곳으로 학교에서 유명한 심령 스팟이었다. 온 가족이 몰살당했다거나 저주 받은 거울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 사연 많은 곳이었다. 

 

"루치! 늦게 돌아가면 혼나니까 나 돌아갈래!"

 

그렇게 소리쳐도 루치는 중얼거리면서 듣지 않았다. 루치는 입구에 있는 문을 열고 나를 안으로 끌고 갔다. 안에는 창문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지만 상당히 어두웠고 거미줄투성이었다. 

 

"야, 이제 됐잖아? 돌아가자."

 

루치는 여전히 중얼거리기만 했다. 내 말을 듣지 않는 루치를 보고 화가 난 나는 적당히 하라며 루치 머리를 때렸다. 그러자 루치는 내 쪽을 돌아보며 히죽히죽 웃으며 소리쳤다. 

 

"미키 엄마다!"

 

등 뒤에서 차가운 공기가 닿는 걸 느꼈다. 땀 때문인지 티셔츠가 무척 차가웠다. 차마 돌아볼 수 없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 누군가가 억센 힘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힉! 그, 그만해..."

 

그 자는 나를 억지로 돌아보게 했다. 나는 보고 말았다. 부수수한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자. 짐승처럼 올라간 붉게 빛나는 눈. 여자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려줘...인형...돌려줘."

 

인형? 인형? 미키 말인가? 

 

"루치! 인형... 인형을 돌려줘! 빨리!"

 

여자에게서 눈을 떼고 얼빠진 소리로 소리쳤다. 갑자기 쾅하고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루, 루치? 야, 왜 그래?"

 

어느샌간 몸이 가벼워졌다. 루치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여자와 인형이 없었다. 루치만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루치 일어나! 루치!"

 

기절한 루치를 몇 번이나 뺨을 때려서 깨웠다. 

 

"괜찮아, 루치? 여기서 얼른 나가자!"

 

"어라, T? 나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됐으니까 빨리 가자!"

 

루치 손을 잡고 황급히 밖으로 나와보니 비는 그쳐 있었다. 

 

루치에게 들어보니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지금 일어난 일을 말하자 루치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 말이야. 여자애들에게 무시당하잖아? 그러니까 소문이 난 이 집에 혼자 가면 다시 봐주지 않을까 싶었어. 하지만 막상 와보니 무서워서 돌아가려고 했어. 그런데 밖에 인형이 떨어져 있어서 주워보니 갑자기 눈물이 흐르면서 인형이 가엽게 보이는 거야."


"그게 미키인가..."


내가 물으니 루치는 의아한 듯 "미키라니?"라고 물었다. 아무래도 이름을 붙인 기억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인형이 크고 집에 가지고 돌아갈 수 없으니까 숨겨놓은 거야. 학교 마치고 돌아올 때 매일 여길 들르는데 이상하게도 그때 기억이 없어. 기분 나빠서 거기 가려는 걸 그만두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인형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어." 


그렇게 말하는 루치 얼굴이 새파래졌다. 인형은 폐허에 있던 여자가 소중히 여기던 물건이 아니었을까? 진상은 알 수 없었지만 돌아보니 폐허 창가에 선 여자와 여자에게 안긴 자그만 여자애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참고 : http://nazolog.com/blog-entry-54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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