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대선주자를 태운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출발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힘겨루기에 당내 대선 주자간 견제가 심화되며 “콩가루 집안”이라는 탄식마저 나온다. ‘신입 당원’이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에선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윤 전 총장의 독보적 위상과 특유의 ‘마이웨이’ 스타일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이 이렇게 혼란스러우면 과연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외부에서 본다면 우리 당은 콩가루 집안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위해서 우리 당 구성원들은 모두 한 몸이 돼야 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하고, 정권교체에 도움 되지 않는 행동은 해당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말을 좀 줄여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불만이 쏟아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선거캠프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당 대표의 권위가 훼손되어선 안되겠다”며 “우리 당이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우리 당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정권 교체라는 절체 절명의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도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당원들의 힘과 시너지를 모아내기 위한 행사가 거꾸로 분란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쪽박까지 깨는 자해정치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했다. 박진 의원도 “아직 본격적인 경선은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당의 주도권을 다투고, 서로 손가락질하고, 부끄러운 감정싸움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쪽은 당 경선 절차에 의도적인 보이콧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당내 후보로 등록하게 되면 모든 절차에 충실히 따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는 다음주 예비후보자 1차 토론회 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윤 전 총장 쪽은 예비후보 등록 절차가 의무 사항이 아닌만큼 곧바로 30일 또는 31일께 당 경선 후보자로 등록할 계획이다. 또다시 ‘패싱’ 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윤 전 총장이 당 지도부 및 다른 대선 주자들과 불협화음을 빚는 이유는 ‘부동의 야권 1위’라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당내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윤 전 총장을 ‘돌고래’로 나머지 후보를 ‘멸치’, ‘고등어’라고 폄하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윤 전 총장의 성향도 한몫 한다. 윤 전 총장은 입당 전인 지난달 25일 ‘치맥 회동’에선 25살 어린 이 대표를 향해 “정치 선배이기 때문에 제가 많이 배워야 한다”고 치켜세웠지만, 정작 당에 들어올 때는 이 대표와 사전 상의 없이 ‘기습 입당’했고 그뒤엔 별다른 이유 없이 당이 마련한 간담회 등에 일방적으로 불참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윤 전 총장으로서는 멸치들이 노는 곳에 대어인 자신이 참석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라며 “자기가 살아온 방식대로 ‘마이웨이’ 스타일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필요가 있는 당내 예비후보를 위해 마련된 행사까지 무조건 다 참석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도 “토론회 일정이 미리 잡힌다면 최대한 조율해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0선 당대표님 많이 빡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