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탈원전 폐기를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의 뼈대를 설계한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가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외이사로 확정됐다. 한수원은 현재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6명에 대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데 박 신임 사외이사를 구심점으로 새로운 사외이사진이 꾸려질 전망이다. 이 경우 두 차례나 이사회 안건 상정이 무산된 고리 원자력발전소 내 건식저장시설 추진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8일 기획재정부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박 교수는 11월1일부터 한수원 사외이사로 임기를 시작한다. 미국 출장 중인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수원 사외이사 선임 사실이 맞다"면서 "(이사회 의장을 맡을지 여부는) 귀국해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해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 큰 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전 중심의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비) 등 그가 인수위에서 내놓은 핵심 기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소속으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비판에 앞장서기도 했다. 에교협은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반발해 2018년 출범한 교수단체다.

 

박 교수와 함께 11월1일자로 발령받은 또 다른 신임 사외이사는 고재국 호텔야자 포항여객터미널점 대표 겸 대경일보 상무이사로 파악됐다. 호텔야자는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야놀자가 운영하는 모텔 프랜차이즈다.

 

고 대표의 선임 배경을 둘러싸고 한수원 안팎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그가 2017년 자유한국당 포항북당원협의회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력만 알려졌을 뿐, 한수원 비상임이사 선발의 심사 기준인 ‘전력산업 분야 종사 경험’이나 ‘전력산업의 특수성과 중요성 및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와는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수원 이사회는 상임이사 6인과 비상임이사 7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윤 정부 들어 사외이사 7인 중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 단계에 있다. 연말께 상임이사도 대다수 바뀔 예정이라 이사회 자체가 ‘물갈이’ 되는 셈이다.

 

한수원 이사회 멤버 교체는 향후 경영상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 꾸려질 이사회에서 다룰 굵직한 1호 안건은 교체 전 사외이사들과 지역사회 반대로 두 차례 상정을 보류한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일 가능성이 높다. 12월 초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안건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찬성표를 던지면 해당 안건은 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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