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에서
욕심을 다 벗어버린
하얀 뼈들이 누워 있는
이 침묵의 나라에 오면
쓸쓸하고 평화롭다
지워지지 않는 슬픔을
한 묶음의 들꽃으로 들고와
인사하는 이들에게
죽은 이들은 땅 속에서
어떤 기도로
응답하는 것일까
돌에 새겨진 많은 이름들
유족들이 새긴 이별의 말들
다시 읽어보며
나는 문득
누군가 꽃을 들고 찾아올
미래의 내 무덤을 생각해본다
그때 나는 비로소
하얗게 타버린
한 편의 시가 되어 누워 있을까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잊혀지는 슬픔에서조차
해방될 수 있는 가벼움으로
하얗게 삭아내릴까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내려오는 길
하늘엔 노을이 곱고
내 마음엔
이승의 슬픔을 넘어선
고요한 평화가
흰 구름으로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