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시
가을날 노라케 물들인 은행닢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드시
그러케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
호수(湖水)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러케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구비구비 하눌 까에
흐르는 물처럼
그러케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파란 하늘에 백로(白鷺)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러케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
* 감상 : 연가풍의 성격을 지닌 이 작품은 자연 친화적인 목가적(牧歌的) 시이다. 임의 부름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의 정서를 자연의 질서와 통합시켜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