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촌(外人村) : 김광균 시
하이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
바다를 향한 산마루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뭍힌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치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 //
외인 묘지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단 별빛이 내리고 //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위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
* 감상 :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회화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