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 신동집 시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할 수 없는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
마음만 낸다면 나는
오렌지의 포들한(1) 껍질을 벗길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
마음만 낸다면 나는
오렌지의 찹잘한(2) 속을 깔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에 있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에 있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거죽엔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오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
* 감상 : 오렌지를 소재로 하여 존재의 본질을 추구한 주지주의 계열의 작품이다. 사물의 겉(일상적)과 속(본질)의 의미를 대조시켜 한 존재의 참다운 본질 파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