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 다크모드
 | 로그인유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시
크리스 | L:57/A:444 | LV164 | Exp.34%
1,120/3,290
| 0-0 | 2019-10-02 08:21:55 | 128 |
[숨덕모드설정] 게시판최상단항상설정가능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시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호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 가르마 : ‘가리마의 사투리

· 삼단 : (大麻·대마)을 베어 묶은 단. 긴 머리채를 비유함

· 답답워라 : 답답하여라

· 깝치지마라 : 재촉하지마라.

· 맨드라미 : ‘민들레의 영남 사투리

· 지심 매던 : 기음()을 매던

· 짬도 모르고 : 현재상황도 모르고

· 신령이지폈나보다 : 제 정신이 아니고 알 수 없는 힘에 사로잡혔나보다.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설정] 게시판최상단항상설정가능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찾추가 규칙 숨덕설정 글15/댓글2
[시 문학] 금잔디 - 김소월
에리리 | 2019-10-04 [ 83 / 0-0 ]
[시 문학] 왕소군의 달 - 김춘수
퍼퓨마 | 2019-10-04 [ 81 / 0-0 ]
[시 문학] 봄은 : 신동엽 시
크리스 | 2019-10-04 [ 133 / 0-0 ]
[시 문학] 봄은 간다 : 김억 시
크리스 | 2019-10-04 [ 170 / 0-0 ]
[시 문학]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李章熙) 시
크리스 | 2019-10-04 [ 363 / 0-0 ]
[창작] 얼음
코멧코 | 2019-10-04 [ 90 / 0-0 ]
[창작] 거울
코멧코 | 2019-10-04 [ 94 / 0-0 ]
[창작] 하늘
코멧코 | 2019-10-04 [ 103 / 0-0 ]
[시 문학] 봉황수(鳳凰愁) : 조지훈 시
크리스 | 2019-10-03 [ 103 / 0-0 ]
[시 문학] 북청(北靑) 물장수 : 김동환 시
크리스 | 2019-10-03 [ 81 / 0-0 ]
[시 문학] 불놀이 : 주요한 자유시
크리스 | 2019-10-03 [ 135 / 0-0 ]
[시 문학] 부재 - 김춘수
퍼퓨마 | 2019-10-03 [ 99 / 0-0 ]
[창작] 하상욱 단편시-9
코멧코 | 2019-10-03 [ 99 / 0-0 ]
[시 문학] 인동 잎 - 김춘수
퍼퓨마 | 2019-10-03 [ 130 / 0-0 ]
[시 문학]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에리리 | 2019-10-03 [ 95 / 0-0 ]
[창작] 하상욱 단편시-8
코멧코 | 2019-10-03 [ 103 / 0-0 ]
[시 문학] 섬진강 - 김용택
에리리 | 2019-10-03 [ 117 / 0-0 ]
[창작] 하상욱 단편시-7
코멧코 | 2019-10-03 [ 83 / 0-0 ]
[시 문학]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에리리 | 2019-10-03 [ 118 / 0-0 ]
[시 문학]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시
크리스 | 2019-10-02 [ 128 / 0-0 ]
      
<<
<
316
317
318
319
320
>
>>
enFree
공지/이벤 | 다크모드 | 건의사항 | 이미지신고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PC버전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