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단단한 뼈를 깎고
무성한 좃털을 뽑아
머리칼을 줴뜯어
대 붓을 만들고
모세혈관을 끊어
투명한 선홍의
피를 찍어
내 신념의 깃발을 쓴다
밤 깊은
군중의 머리 위에
나부끼는 저 성난 진실의 메아리
밀실의 언어
비정한 역사를 뒤집는
눈 빛이 활활 타오른다
유방이 꿈틀꿈틀 솟아 오른다
장님이 번쩍 놀라 눈을 뜬다
앉은뱅이가 어기적 불끈 일어선다
죽었던 자가 다시 살아 돌아와
꽃밭을 일군다
새들아 훨 훨
나비야 춤추자
온 세상이 말도 못하게
밝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