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뜨락을 굽어보며, 모두가 우울 속으로 잠겨드는
황량한 계절의 여울목에서 이제 우리 헤어져야 하는가.
바람 끝에 울음 한 점 남기고 어제의 사연들을 적시며
어디로 날아가야 하는가.
비정의 계절에 마련 없는 하늘가로
뜨거운 울음 삼키며 떠나야 할 겨울이여, 새여.
둥지마다 찬 바람만 쌓이고
언제 다시 돌아오나, 그 부재의 내실에.
얼음장 위로 치달리는 나래깃을 붙잡고
긴긴 겨울잠을 노래하라, 겨울이여 새여.
구름이 비끼면 청명한 하늘
순백의 설편 끝에 피어나는 불씨 하나.
불면의 회억들을 눈결에 뿌릴 때
화로 위의 끓는 물주전자 속에서
너는 힘찬 겨울의 맥박을 듣는다.
나래 밑의 가냘픈 체온 지피며
바람 쌓인 둥지 곁을 맴도는 겨울 새의 꿈.
나래깃을 펴고 마지막 비상할 순간에서
그 지혜로운 부리로 쪼아보라
순수의 이데아, 겨울이여, 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