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낮달이
주인집 옥상 물탱크 위에서
근심어린 눈빛으로
보초를 서고 있다
눈치 없는 까치들
아직 맛도 덜 든
단감나무 잎 사이를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며
희희낙락대는데
탱자나무 울타리는
언제부터 제 구실을 잃었는지
땅을 파헤치고 들이닥친
날선 포크레인 앞에
저항 한 번 못해본다
길 넓힌다고
흙먼지 거뭇거뭇
반도막만 남은 과수원
그것도 다행인 양
옹알옹알 붙은 풋감들
천연스레 배꼽을 내민다
올 가을 수확이나 되려나
농가 근황 궁금하던 바람
허리 잘룩,
더운 눈 치켜뜨더니
진창 된 농토 볼썽사납다
혀 끌끌 차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