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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과 호리병 - 박얼서
순백의별 | L:60/A:585 | LV106 | Ex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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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 2020-05-03 11:16:05 | 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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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소리 멀어져가는 주막집에서
꽁꽁 얼어붙은 날 녹여준 그녀
해마다 요맘때면 첫눈으로 찾아 와
간이역 앞 그 시절을 서성거리네
젊고 풍만한 여인이었지
풋풋한 속살을 뽀얗게 드러낸 채
포근한 미소로 걸어 나온 그녀
한 겨울 녹일만한 명기였었지
실팍하게 영글어 눈웃음치는 엉덩이며
허리춤 잘록하게 굽이진 항구
신념처럼 몸에 새긴 문인화(文人畵)는
뿌리 깊은 사대부집 교양이었네
선비 놈들 군침 깨나 흘릴만했지
매국난죽(梅菊蘭竹) 청아한 절개들이
수줍음 비비꼬며 몸을 내맡길 때마다
우리들 권주가 신명을 토했지
스물 하나 스물 둘 동동주 사발잔 높이 쳐들어
우정 걸고 연정 쪽쪽 빨아가며
원래는 내 여자 이번에는 네 여자
젖산에 취해 온순한 묵은지 될 때까지
발정이 회오리 친 겨울밤이었지
그녀의 품속 깊이 길러오던
난(蘭) 한 촉 때마침 향기 피워 꽃 날개 달고
천리 밖까지 뒤쫓아 오며
후끈 달아 오른 촉각을 미혹했었지
기적소리 멀어져가는 주막집에서
꽁꽁 얼어붙은 날 녹여준 그녀
해마다 요맘때면 첫눈으로 찾아 와
간이역 앞 그 시절을 서성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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