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신의 명령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없을 텐데. 그것마저 잊었나요, ‘신의 힘’? 신약의 ‘최후의 심판’에서는 미리 심판받을 영혼의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함부로 사람을 죽이면 심판에 파탄이 생긴다는 것 정도는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전했잖아요!”
그런 이야기는 확실히 전에 츠치미카도에게서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의 종말에는 신이 지상에 와서 모든 인간 한 명 한 명을 천국으로 보낼지 지옥으로 떨어뜨릴지 결정한다나. 실은 그 결과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섣불리 천사가 사람을 죽이면 결과가 어긋나고 만다나 뭐라나.
종교적인 관념은 젖혀두고, 논리로는 타임 패러독스(시간모순)의 일종일 것이다. 본래 죽지 말아야 할 인간을 죽이면 그 자손이 태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그 손자도, 그 자손도 태어나지 않는다. 타임머신(시공조작)을 사용한 인간이 얼마든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초월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시간(역사)’에서 벗어난 천사도 ‘사람의 종말(미래)’을 바꿀 힘을 갖는 것이다.
마일스 모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