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마지막으로 뜬지 수 십년이 지난 하늘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맑고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후우..."
대자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호세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킨 후 아무렇게나 던져 두었던 짐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갔다. 집이라고 해봐야 움집 수준이긴 하지만.
"다녀...오셨어...요...? 쿨럭!!!"
집에 들어온 호세를 누군가가 맞이해 주었다.
"...."
호세는 입을 꾹 다문채 씁쓸한 표정으로 짐을 내려놓았다.
"다녀오....쿨럭!! 셨..."
호세는 눈쌀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 ㅆ발 진짜..... 지금 피곤하니까 제발 좀 구석에 처박혀 있으세요...."
"다녀오셨...쿨럭!! 쿨럭!!"
전혀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이 인사를 반복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호세의 아버지였다.
과거 전 세계적인 내전이 일어났을 때 호세의 부모님 역시 전쟁에 참가했었다.
그러나 전세가 점점 불리해지자 호세의 아버지는 아내를 전쟁통에 내버려두고
그녀의 죽음을 이용해 혼자만 무사히 도망쳐 왔고 호세에게는 대충 거짓으로 둘러댔다.
그러나 진실은 계속 숨길 수 없는 법, 호세의 아버지 '알렉스'는 밤마다 악몽을 꾸기 시작했고 점점 정신이 오락가락 하기 시작했으며,
밤마다 알렉스가 외치는 잠꼬대에 의해 어머니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 호세는 더 이상 알렉스를 아버지로 취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직까지 내쫓지 않고 있는것이 신기한 일이었다.
호세는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알렉스를 무시하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가 가져온 것은 다름아닌 살코기, 어느 동물의 것인지도 모르는 그것에선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호세는 핏물을 닦는 시늉도 하지 않고 고기를 생으로 뜯어 먹기 시작했다.
21세기 초반의 인간이 그랬다가는 바로 수 십가지 질병에 시달리겠지만 현대(2070년)의 인간의 면역력은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가스레인지같은 조리도구는 사라진지 오래되었기도 해서 어차피 날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우걱우걱....쩝쩝...꿀꺽!!"
팔뚝만한 고기를 순식간에 먹어치운 호세는 구석에서 아직도 뭔가를 중얼거리는 알렉스에게 고기 한 점을 던져주고 다시 집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끔찍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비명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는 듣는이를 절로 섬뜩한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뭐야...'
호세는 소리가 난 방향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윽고 호세의 눈에 기괴한 형체가 들어왔다.
무슨 새 같기도 하고 박쥐 같기도 한 그것은 끔찍하게도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씨 뭐야!!"
호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 형체는 호세의 외침을 들었는지 온 몸을 섬뜩하게 뒤틀며 호세를 향해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