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컥!"
붉은 머리의 남자가 공격을 맞고 날아갔다.
분명 그 남자라면 원래 즉시 재생되었을 상처 역시 아물지 않는다.
공격을 날린 여자가 든 검은 신이나 나스티카조차도 공격에 맞으면 상처가 인간 수준의 재생력 밖에 남지 않는다는 시초신 칼리의 신급아이템 회귀의 검이었으니까.
"큭...! 그만둬, 리즈!"
리즈라 불린 여자가 말한다.
"그러게 방해하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요. 나도 굳이 당신이 방해하지만 않았으면 당신을 공격하진 않았을겁니다."
"네가 하려는 행동은 잘못됐어! 아무리 세상이 미워도 그런 짓은..."
"그럼 세상이 내게 그러지 않았어야죠."
"...!"
"세상이 내게 그리 잔인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러지 않았을겁니다. 내 가족을 앗아가고 친구를 빼앗고 배신하고 나를 내가 아닌 그저 아버지의 대역 인형으로만 여기고 그리고... 나를 유일하게 나로만 바라보던, 나의 친구였던, 나의 가족이나 다름 없었던...! 그 아이마저 앗아갔습니다."
"그건!"
"그러고선 뭐? 이름의 힘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내 손으로 다시 살아난 그 애를 죽이게 해? 아하하하하하하!"
눈을 부라린다.
"내가 세상에 다정하고 관대하길 바랐다면 세상 역시 내게 가혹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를 몰아넣은 건 이 세상과 그들이야.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다시 코웃음친다.
"뭐, 걱정마요. 힘을 휘두르며 날뛰는 일은 없을테니. 어차피 그들을 제외한 모두에게 복수를 끝냈고 다 끝낸 후에 마지막으로 벌할 건 나니까.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나니까..."
웃는다. 뇌까린다.
"리즈..."
"하... 그래도."
울먹이는 목소리.
"정말 그래도. 당신이 내게 해줬던 그 위로는 잊지 않을게요, 김바보 오빠."
서걱.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후련한듯한, 하지만 공허한 미소.
"자, 그럼... 마지막 복수를 끝내볼까?"
시초신의 뜻대로 돌아가는 우주니까 우주에도 환멸을 느낄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