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배워갑니다.

별로 부적절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설령 구울의 설정이 조금 작위적이라고 한들, 그게 V로 투영되는 근현대의 사회상에 대한 비판을 도쿄구울로 풀어내지 못할 이유가, 그것이 수긍이 힘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구울 관련 설정의 작위성 여부와 V체제의 합리성 여부와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지 않나요?

구울의 설정은 사실 완벽히 현실 사회가 답습하는 차별과 도태의 연쇄고리를 강조하여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체제가 그나마 구울로서의 생존에 적합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건 지나치게 거시적 관점을 통해 범주화된 해석이에요. V의 체제는 인간과 구울 모두에게 극도로 불안정합니다. 이들의 새장 유지를 위해서는 구울과 인간이라는 양분화된 사회상을 유지해야만 하고 그로서 차별과 소수의 희생이 당연하다는듯 묵인됩니다. 다수에 속해있다면 안전할지 몰라도 언제 소수로 뒤집혀질지 모르는 위험한 세상이 진심으로 '그나마' 적합한 곳이라고 보기에는 힘듭니다. 쉽게 풀어 예시를 들자면, 구울이 살 방법을 세상이 제공하지 않기에 구울은 인간을 사냥합니다. 교육을 받지 못해 타카츠키처럼 사회적으로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해요. 그렇기에 인간은 늘 구울을 두려워해야 하고, 과정중 인간의 희생이 필연적이 됩니다. 이를 막기위해 수사관이라는 대의명분이 파견되어 구울을 처리하고, 과정중 구울 역시도 희생됩니다. 인간과 구울 모두 서로를 두려워하는 한 편, 서로에게 복수심을 가져 끝없는 갈등의 인드라망이 유지되고, 그로서 V는 유지됩니다.

인간과 구울 모두의 희생과 분쟁을 조장해서 이득은 V가 보며 한 때 다수자로서 생명을 보장받아도 언젠가 소수로 전락해 절벽 끝으로 내몰릴지 모르는 변화의 사회는 그다지 좋다고 보긴 힘들죠. 그럼에도 다수가 여전히 안전하므로 합리화된다면 소수의 희생 위에 쌓이는 다수의 평화도 괜찮다는 말인데, 이미 그 시점부터 독재정권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구울이라는 이종족의 정립은 작가가 소위 지탄받는 '사회적 약자'를 암시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네요. 그리고 V나 이들의 뒤틀린 균형을 비판하려는 목적이 당연히 저변에 있었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