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품들의 왕(King of the fakes)님인가.」
오로치의 대사는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상당히 기묘합니다. 물론 이 대사의 저변에 깔려있던 저의가 결코 하이세가 왕이라는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허투루 대사나 컷을 낭비하지 않는 작가의 특성상 상징적 의미도 있을 법 해서 무시할 수 없었고, 그냥 의문점으로만 남아서 곤란했었는데, 사실 이번화를 보고 체증이 내려갔습니다.
모조품들의 왕은 큰 맥에서 가짜 왕(The Fake king)으로도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하이세의 이름은 아리마 키쇼가 건네준 신문에서 하이세가 직접 선택한 두글자를 규합하여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각각 커피에서의 한 글자와 세계에서의 한 글자를 빌려왔다고 합니다. 기억을 잃은 탓에 사사키가 글을 쓰는 것은 굉장히 엉성합니다만, 한자를 알아볼 수는 있었어요. 공식적으로 하이세의 이름을 표기하는 방법은 '琲世'입니다.
琲는 커피에서 따온 한 글자로, 쉽게 생각하면 커피의 '피'를 나타내는 한자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엄밀히 말하자면 커피는 독음으로 읽을 경우 '가배'가 되는데, 琲는 '배'이다.). 琲는 구슬꿰미 배라고 읽힙니다.
世는 세계에서 따온 한 글자로, 세계의 '세'를 나타내는 한자라고 합니다. 世는 인간 세라고 읽히는 한 편, 대개 세상(世上)이나 세계(世界)로 함께 쓰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를 나타내는 말로도 작용하긴 합니다.
사실 이것만으로 보면 왜 뜬금없는 소리냐..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롭게도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世는 단일한자이기에 일단 한 귀퉁이로 밀어두고, 앞글자인 琲의 칸지(Kan-ji)를 분해해서 살펴봅시다.
임금 왕(王) + 거짓 비(非)
구슬꿰미 배, 커피의 마지막 글자인 琲는, 임금 왕과 거짓 비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경위는 알 수 없지만, 단순히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심상찮습니다.
칸지로 모두 분리해서 정렬시켜보면 임금 왕(王) - 거짓 비(非) - 인간/세계 세(世). 해석에 따라서 '세계의 거짓된 왕', '인간들의 가짜 왕'으로도 해석됩니다.
마찬가지로도 하이세에게는 왕이라는 키워드가 부여되었고, 어쩌면 이 부분은 하이세가 척안의 왕이라는 사실에 상당히 괄목할만한 의미부여가 되어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후에 대해서는 본글에서 다룰 생각입니다만, 만약 카네키가 하이세(왕)을 연기하는 존재라면, 궁극적으로 하이세는 가짜 왕이 되는 것은 맞겠죠. 본질은 카네키 켄으로 예속되니까요.
잠결에 써서 두서는 없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