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라 원작 :카레곰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패러디: 미적분싫어, 줄여서 미싫
어느 날 신전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가혹한 운명 대신에 지-랄맞은 칼리의 폭탄 대신에
남자친구와 사랑싸움에 분개하고
사소하게 분개하고 무례한 나스티카 년놈들에게 말대답이나 하고
사소하게 반박하고
거짓말 한 번 보태서
이 우주의 평화가 찾아왔다 치고
나는 이름따위 필요 없이도 행복한 삶을 누리는
그런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그저 타라카 띠끄레기들을 족치러 수 만번씩 수 억번 씩
칼끝을 그저 휘두르고만 있는가.
옹졸한 세계의 악폐는 유구하고 이제 정당한 복수까지 옭아매는구나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아테라에서 아그니의 신전에서 동행인과 머물 적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친구랍시고 돈 자랑용으로 선물 보따리나 가져온 그들이
아무 말도 못하는 나를 보고 빈털털이에 형편없다고
왜 나같은 걸 데리고 다니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아버지를 죽인, 그 녀-언의 옆에서
지금도 내가 운명에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조촐한 사냥과
뒤늦게 대학 수학을 독학하는 그런 고생에 불과할 뿐이다.
나를 죽이겠다는 위협을 듣고 저들의 화난 손끝에
애놈같은 유치한 투정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붉게 물들여도 내가 밟을 가시밭길.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최상의 운명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틀어져 있다.
그리고 그리 조금 엇갈렸다는 것이 아주 조금쯤 불합리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사소하게 분노한다.
찬드라에게 칼리에게는 못하고, 마루나에게 건달에게는 못하고 쿠베라에게도 못하고
유타에게 나를 찾아온 유타에게
우습지 않느냐
시초신들아 나는 얼만큼 작으냐
양아치들아 조폭들아 난 얼만큼 작으냐
정말 얼만큼 작으냐....
현대시:
2013년도 9월 고2 학평
좀 핀트가 다릅니다.
원래 시는 '내가 정말 해야하는 큰 일은 안 하는게 슬퍼' 였다면
리즈는 '이딴 비틀린 운명 강요한 중요한 놈들 사이에서 내가 작아서 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