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전. 

 

사람들이 이상하게 사르후 전투에서 강홍립이 항복해서 조선군은 별 피해 안 받고 돌아왔다고 알고 있는데, 여러 기록들 살펴보면 사르후에 파병한 조선군 1만3천 중 2/3가 궤멸되고 지휘관급인 김응하가 전사하는 등 그냥 개박살나고 후금이 항복권유 하니까 항복한게 팩트임. 심지어 당시 조선군은 보급문제 때문에 패배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기까지 함. 사실 광해군 개인은 파병에 대해 부정적이기는 했는데 당시 집권층인 대북이 친명배금 줄기차게 외쳐댔고 서인, 남인 탄압하면서 그 대북 키워준 건 바로 광해군임. 근데 이걸로 자기가 이이첨이 영수로 있는 대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나니 이젠 이이첨이랑도 틀어지기 시작하지. 오죽하면 반정 일어났을 때 광해군이 이이첨이 한 짓이냐고 먼저 물어봤을까? 보면 서인이 친명배금 주장하고 대북은 중립외교를 주장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1619년이면 계축옥사도 한참 지나고 인목왕후도 유폐되서 소북 뿐만 아니라 서인 남인도 개박살났을 시점인데 서인이 무슨 힘이 있다고 집권당인 대북을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정책을 통과시키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 소리임. 광해군이 강홍립 불러다가 알아서 잘좀 해보라고 한건 사실인 거 같은데 무슨 후금한테 항복하라고 밀지 내렸다는 건 전혀 근거도 없고, 반정때 표면적으로 친명배금 내세운 서인들이 광해군 까내리려고 날조한 거임. 그나마 반정 주도한 공서파 계열 서인들은 중립 혹은 친청에 가까웠고(최명길, 김자점 등), 이후 관직에 진출한 청서파 계열 서인들(김상헌 등)이 친명배금 외쳤음.

 

아무튼 강홍립이 항복한 이후에 광해군은 항복한 강홍립을 활용하고 장만, 정충신, 남이흥 등 유능한 무장들을 기용해서 후금에 대해 상당히 수준높은 첩보전을 펼치기는 함. 나름 홍타이지 견제하면서 이간질도 시도하고. 그러면서 병사를 있는 대로 징발해서 북방으로 보내는데, 문제는 이게 그 ㅁ친규모의 궁궐공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것임. 왜란으로 소실되기 전의 경복궁 칸수가 약 700칸이었다고 하는데, 광해군 때 만든 인경궁 칸수는 무려 그 10배에 달함. 심지어 인경궁 하나만 짓는 것도 아니고 경덕궁, 자수궁, 경희궁 등 여러 개를 한꺼번에 지었다는 거임. 전쟁 끝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정도 규모의 공사를 벌였으니 당시 상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능하겠지? 각종 물자 부족한건 예사니 세금 왕창 올라가고, 이래도 부족하니 지방으로 조도사 파견해서 백성들 수탈하고, 방납비리에 광해군이 개입했다는 추측도 많고, 사르후 전투로 명이 병사들에게 지급한 위로금 역시 광해군이 꿀꺽. 청기와 굽는답시고 화약 원료인 염초를 쏟아부어서 병사들 무장에도 문제 일으킴. 한양 백성들은 엄청난 강도의 노역에 시달렸고, 광해군이 경복궁 터를 돌아보자 이제는 경복궁까지 중건한다는 소문이 퍼져서 집 팔고 도망치는 사람이 수두룩했음. 이원익, 곽재우가 대동법 노래를 부르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경기지역만 한시적으로 시행, 끝내 폐지하려고 한 게 광해군인데 대동법을 광해군 주체로 시행했다는 소리가 왜이리 퍼진 건지. 사실 어느 국사교과서를 봐도 대동법이 광해군 때 시행됐다고 나오고 자료로 이원익이 올린 상소문이 나오지 광해군 주도로 시행했다는 말은 없을 거임. 아무튼 내정을 이따구로 말아먹었는데 병사를 북방으로 죄다 징발했으니 나라 꼴이 얼마나 개판이었을지는 답이 나오지. 한양 경비할 중앙군 규모도 한참 부족했고 이게 비교적 허술했던 반정 성공의 원인이 되기도 함. 애초에 저 기형적인 병력배치는 북방 주력군 뚫리면 조선으로서는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듦. 사실 고구려 때부터 북방민족 침입하면 청야전술+산성방어 하면서 중앙군으로 요격, 혹은 보급 끊으면서 적이 지쳐 퇴각하게 만들어 요격하고는 했는데... 뭐 병자호란땐 이것도 제대로 못해서 개박살이 났다만.

 

아무튼 이런 걸 보면 광해군이 분명 외교감각은 있는데 그딴 거 의미없을 정도로 내치를 어마어마하게 말아먹었으므로 현실은 그냥 폭군, 암군 취급이 당연한 듯. 애초에 자기는 파병 반대해놓고 결국 파병한 병력이 1만3천씩이나 되는 것부터 웃기기는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