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12일 국회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를 두고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국무위원 해임 건의를 거듭 외면하면서 이 장관 거취를 두고 대결 정국이 가팔라지게 됐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안이라 해도 행정부 수반이 입법부 공식 건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을 두고 삼권분립 정신 훼손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국회에서 정부로 국무위원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해임 건의문이 통지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 같은 대통령실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수사나 국정조사 전 즉각 해임을 건의한 입법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장관은 전날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후속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로써 지난 9월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에 이어 헌정사상 처음으로 두 번 연속 입법부 해임건의를 거부한 사례를 남겼다.
이 부대변인은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라며 “그 어떤 것도 이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사와 국정조사로 국가의 법적 책임 범위가 명확해져야 유가족에 대한 국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이어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지금도 그 입장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못박지는 않았다. 박 장관 해임건의를 통지받고 즉각 ‘불수용’ 입장을 공지한 것과 다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유가족을 위한 것이고 그 이후 법적 책임이든 포괄적 책임이든 지우는 것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수용, 불수용을 말하지 않더라도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유가족협의체가 최근 공식 발족한 데다 예산안 처리를 앞둔 점, 야당이 1월 국정조사 후 이 장관 탄핵소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점 등을 감안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고위 관계자는 “박진 장관 해임건의 때와 다른 것은 상대하는 카운터파트가 여럿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 거취는 향후 정국의 핵심 갈등 사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처리 국면, 이후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 국면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가파른 대치 국면에 윤 대통령이 재차 ‘갈등 불씨’를 제공한 셈이 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연속 해임건의 거부’를 두고 여야의 상호비판은 이미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공식 입장 없이 사실상 거부를 택한 것을 두고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부인 국회를 업신여기는 것인가”(안호영 수석대변인)라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번의 해임건의가 모두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점을 들어 “(민주당이) 국회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했다. 유가족들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온 데다 이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했다는 정치적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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