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가면 또 다시 흐려진다.
잠시의 기억.
그리고 내 두 눈을 닫힌다.
짹...짹짹...
"아!...."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나는 잠에서 깨었다.
얼마나 일까? 아니 이젠 세는 것도 잊어버렸다.
난 지금 매일 밤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니 누군가 나에게 메세지를 주는 건 아닐까?
처음 이 꿈을 꾸고 반복 되었을 땐 설레였다.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그냥 무덤덤해져 간다.
'꼬끼오~ 꼬꼬~'
이제야 울리는 알람시계를 힘없는 손길로 끄고는 천천히 욕실로 향했다.
'싸아아~'
"푸우~ 하아~"
차가운 물에 얼굴을 깊게 담갔다 빼니 조금씩 돌아오는 정신은 또 하루를 인식한다.
'이런... 또 수건을 깜빡했군.'
머리에선 물이 뚝뚝 흐르고 수돗물이 눈에 들어가 살짝 뻑뻑해진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침대 옆 행거에 널어놓았다 자기 전 말끔히 개어 놓은 수건들은 옷장 옆 작은 서랍에 있었다.
물 흐를까 머리에 두 손을 받치고 종종걸음으로 서랍 쪽으로 다가갔다.
'휴... 다왔다. '
서랍을 막 열려는 순간.
'쨍그랑 ... 쿠당탕!'
"으앗!"
'쿵!'
"으....."
무언가가 베란다 창문을 깨고 날아 들어왔고
난 갑자기 들이닥친 무엇인가에 허둥대었고, 물에 젖어 미끄러운 바닥으로 인해 뒤로 넘어져 버렸다.
팬티바람으로 바닥에 뻗어 있는 내 모습은...물가에 뻗은 개구리 같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서울 천호동에 얻은 작은 원룸 거기에 딸려 있는 작은 베란다,
그 곳을 통해 날아(?) 들어온 무언가. 그 물체? 뭐 어쨌던 날 이렇게 개구리 아니, 자빠트린 그것을
확인 먼저 해야....응?
'꿈틀꿈틀'
내가 보고 있는 곳의 그 무언가는 별안간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그 몸집을 불려갔다.
'크우왓!'
잠시 멍해져 버렸다.
괴성과 함께 꿈틀대며 일어난 건 모형으로만 보던 익룡처럼 생겼다.
아니 지금 그게 말이돼? 아니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익룡같은 녀석이 후끈한 콧김을 뿜으며 나를 돌아보고 있단 것이다.
으아앗!!!! 눈물 콧물 내 모든 구멍에서 액체를 내뿜으며 뒤에 있는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콰직!'
덜덜덜...
난 문을 열고 뛰쳐나가던 자세로 굳어버렸다.
열어 젖힌 문 옆으론 어제 밤 지나치다 눈인사를 하던 근처 여고생의 머리가 터져나갔기 때문이다.
내 얼굴로 피가 튀었고 그 여고생의 머리를 우적우적 씹으며 나에게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 그 생물은
복도가 비좁을 정도로 커다랗고 송곳니가 굉장히 긴 하얀 호랑이? 였다.
호랑이 입에 매달려있는 그 여고생은 꿈틀거리며 늘어져갔고 그 꿈틀거림은 나의 위를 자극했다.
'우웨에엑!'
이상황이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꿈인 것만 같았다.
아아아아아..
난 후들거리는 다리를 두들겨 겨우겨우 안정시켰다.
비틀거리며 복도벽을 짚고 밖으로 밖으로 나아갔다.
누군가의 핓물로 얼룩진 자동문은 반쯤 깨져 부서져있었고,
난 무언가 쫓아올 것만 같아 서둘러 깨진 문 사이로 빠져나갔다.
'..................'
난..
주저앉고 말았다.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파열음 굉음들은 나의 몸을 짖눌렀고 붉게 물든 거리와 그 위를 내달리는
괴생명체들과 죽어가는 사람들이 나의 정신을 놓게하였다.
'두근!'
그런 나를 보았는지 진한 시궁창냄새를 풍기는 녹색피부를 가진 사람(?)이 크룩거리며 다가왔고
손에든 거대한 몽둥이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두근!'
이 패닉상황으로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멍하니 나의 심장소리만 내 몸에 울려퍼졌다.
마침내 내 옆으로 다가온 녹색사람은 '크루룩!'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몽둥이를 높게 들어올려 내려칠 자세를 잡았다.
'두근!'
'크우와!'
휘잉!웅!!!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그 간 울려퍼지던 비명소리와 굉음들이 사라졌고 물속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웅웅 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멈춰버린 세상. 아니 정말 미묘하게 느리게 움직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