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 김기림 시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
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 감상 : 차분함 속에서도 선명한 이미지 제시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시인의 초기시에서 자주 보였던 딱딱하고 낯선 외래어 사용이 배재되어 있는 이 시는 ‘바다, 청무우밭, 초생 달’이 주는 푸른색과 한 마리 ‘흰 나비’로 표현되는 색감의 대비는 모더니즘 시의 회화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