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한테 최면 빔을 쏴서 철수가 스스로를 영희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고, 외계인들이 통 속의 뇌를 만들어서 그 뇌가 스스로를 풍차의 노인이라고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을 거임.
근데 생각해 보셈.
'나는 000이다'라는 문장에서 '000'에 뭐가 들어가든 '나는'이라는 주어를 바꿀 수 있을까?
최면 빔에 마인드 컨트롤을 존나 때려 박아도 '나는 파리다, 나는 담배 연기다, 나는 탄지로다' 이런 식으로 000을 바꿀 수 있는 것이지 '나는'이라는 주어를 바꿔서 '파리는 담배 연기다, 탄지로는 파리다, 담배 연기는 탄지로다'로 해봐야 최면 빔을 맞는 그 대상 본인을 본인이 아니게 만들 수는 없는듯?
1. 내가 빙의를 당해서 한 몸에 두 인격이 있다고 하면, 한쪽은 '나는 귀신이다'라고 주장하고, 한쪽은 '나는 풍차의 노인이다'라고 주장할 거임.
1-1. 그러나 한 쪽이 다른 쪽의 정신까지 완전히 지배하는 경우 그건 그냥 귀신으로 봐야 함.
1-2. 한 쪽이 몸만을 지배하고 다른 쪽의 정신은 멀쩡한 경우 그건 그냥 몸만 뺏겼다고 봐야 함.
1-3. 두 인격이 몸과 정신의 주도권을 가지고 자꾸 바뀌는 경우 시간축의 지점에 따라 고정된 '나'를 가짐.
2. 다중인격(해리성 정체성 장애)의 경우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인격을 가짐. 환자들은 본인 머릿속의 내부 세계 안에 다른 자아들이 존재하고 내부 세계에는 자아들이 사용하는 각자 방이나 공간이 존재한다고 말함.
그런데 하나의 시점에 둘 이상의 자아가 나타나는 경우는 없어 보임. 방은 여러 개인데 방에서 나오는 사람은 언제나 최대 1명만 가능해 보인다 이거임.
누구든 한 시점에 두 개 이상의 자아가 나타난 현실의 사람이던 캐릭터던 예시로 들 수 있다면 말해주셈.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000다'에서 000가 무엇인지는 변할 수 있고, '나는 000다'라고 인식하는 주체도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복수일 수 있는데, 스스로를 '나'라고 인식하는 행위는 변하지 않고 유일한 듯.
그렇다면 '나를 나로 인식하는 행위'는 불변하고 유일하니 고전적 의미에서의 진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떠한 대상들의 집합 속에서도 '나는 나를 나라고 하는 자'라는 사실은 내 본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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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점에 둘 이상의 자아가 나타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