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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
내 목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조그마하고 따뜻한 숨결······.
왠지 모르게 편안하다······.
“아-”
내 코 끝을 찌르는 듯한 온갖 약품들의 냄새.
그래, 떨어져서 업혀온 거다. 양호실로.
음······. 준형이 녀석이려나?
아무래도 그 녀석 아니면 여기까지 둘을 데려오는 게 힘들었겠지······.
내 머리는 오늘 따라 많이 혹사된다는 느낌을 강렬히 심어주며 깨질 듯한 두통을 선물했다.
나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그러자 머리카락 대신에 붕대가 잡혔다.
양호실 창문 밖으로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올라가다 그렇게 됐으니 한 5시간 쯤 지난 건가······?
나는 몸을 반쯤 일으켜서 내 옆에 누워있는······.
아니, 확실히 말하자면 의자에 앉아서 내 다리를 벤 채로 잠을 자고 있는 검은 머리······.
“유라구나?”
무심코 튀어나온 나의 말에 유라는 살짝 몸을 뒤척였다.
그러자 유라의 얼굴이 더 잘 보였다.
뽀얗고 부드러울 것 같은 살결에 눈동자를 가린 눈꺼풀, 길지도 짧지도 않은 반짝이는 머리카락······. 앙 다문 작은 입술까지······.
많이 피곤했는지 단잠에 푹 빠진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건 물수건이었다.
지금까지 나를 간호해준 건가······?
자기도 다쳐놓고······. 내가 받는다고 받긴 했지만 그래도 머리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모양이다.
이 바보······. 발을 삐끗하다니, 조심 좀 하지.
뭐, 누구였어도 받았을 거니깐 내가 딱히 잘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유라의 자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흠······. 시형아······.”
“어?”
나, 나 부른 거지? 잠꼬대인가? 아닌가? 잘못 들었겠지?
“너······. 뭐 먹을 거야?”
네 꿈에서 나는 항상 뭔가를 먹고 있는 아이인 거냐? 아, 한 번 굴러 떨어져서 그런가 속이 쏠리네······. 물이나 좀 마셔야겠다.
“난······. 그 여자가 추천해준 거 싫어······.”
“푸왁-”
뿜었다, 뿜어 버렸다······. 아까 점심때 상황이잖아, 딱······.
“으, 음냐······.”
나, 나 때문에 깨버렸네······.
“아······. 일어났어?”
“아, 응······. 시형이 너, 머린 괜찮아? 많이 아프지?”
“아니······. 뭐······. 괜찮은 것 같아.”
자기도 다쳤으면서······.
자기는 더 놀랐을 거면서 나를 먼저 걱정해주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근데 아무래도 점심 일을 꿈으로 꿨는지는 안 물어보는게 좋겠지?
물어봤다 예상했던 대답 나오면 더 분위기 싸해질 것 같으니 말하지 말아야겠다. 응응!
“시형아, 나 코······. 골았어······?”
“아니, 아니, 아니이!!”
“다행이다······.”
“휴-”하며 안심하는 듯한 유라의 그녀의 한숨이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근데 말이야, 연습은 어떻게 됐어······?”
“아, 연습······. 확실히 리더답구나······. 밴드부터 걱정하고.”
이렇게 말하며 웃는 유라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작게 대답이 나와버렸다.
“너도 나부터 걱정해줬으면서······.”
“응······?”
“아니야.”
나의 말에 눈이 커진 유라를 보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유라가 입을 작게 움직이며 말했다.
“너니깐······.”
“응?”
“아니야, 됐어. 바보.”
뭐야, 똑같이 복수야? 그치만 못 들었다고! 궁금한 건 못 참는데······.
“그럼 이제 음악실로 가자! 애들이 기다릴 거야. 걱정도 많이 할거고.”
“아, 그래. 유라야.”
우리 둘은 보건실을 나와서 음악실을 향해서 걷고 있었는데 걸을 때마다 나는 허리가 너무 아팠다.
유라를 받으면서 뒤로 넘어졌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리고 유라도 계단에서 굴러서인지 허리가 아픈지 허리를 잡고 아주 느린 속도로 걷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으윽-”하는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업어줄까?”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나는 그만 말하고 말았다.
사실 나도 허리가 너무 아팠지만 여자가 허리를 아파하면 업어줘야 매너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응······? 아니, 아니!! 안 돼! 사양이야!”
유라는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으로 절대 싫다고 말했다.
“쳇, 내 신뢰도는 그 정도였냐?”
제길, 신뢰도를 쌓을 만한 일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의 호의인데 극구 사양하니깐 너무 뻘쭘하잖아.
“그런 거 아냐!!”
유라가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가 ‘그럼 뭔데?’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유라가 말했다.
“그, 그러니까······. 이건 중력 때문이야! 응응!!
혹시 내가 너한테 업히면 중력때문에, 그러니까 너의 허리가 아프거나 할지도 모르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닌게 아닌데······.”
뭐라는 거야······. 아, 혹시 이 말인가?
“혹시 네가 무거······.”
“꺄아악- 아냐!! 더 이상 말하지 마!”
네, 네?
“그······. 그니깐 난 절대 내가 막 살이 찌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야!”
“아, 그래서 입니까?”
“꺄아악-!!”
“퍼억-”
“크헉-”
아, 아······. 아파······.
“아니라고!!!!”
아······. 배의 통증이 점점 퍼지고 시간이 점점 느려지고······.
나는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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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나는 소리를 지르면서 깨어났다.
분명 착하고 나랑 매우 매우 친한 유라가 나의 배를 쳐서 벌써 하루에 두 번째 기절하는 꿈을 꿨다······.
심지어는 내 여동생의 펀치와 파괴력이 맞······. 아니지, 오히려 훨씬 강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꿈이겠지. 근데 아직은 꾸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내 옆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유라가 있는걸 보면.
“괘, 괜찮아?”
“아까보다 더 아픈 것 같아. 절대 괜찮지 않아.”
뭐, 괜찮아. 쌩쌩하니까 걱정마.
아, 잠깐만 뭔가 묘하게 바뀐 것 같아. 나 실수한 거지? 그렇지?
“아, 미안! 정말 미안!! 그, 그러니까······. 네가 이상한 말을 한 게 잘못이라구!”
네? 제가 잘못한 겁니까?
“나는 나름의 호의를······.”
내 말을 또 끊고 유라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아니야, 됐어! 바보!!!”
“유, 유라야!”
이 말을 남기고 유라는 보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 저기 물어볼 게 있었다고.
하아······. 뭐, 상관없으려나.
“뚜르르르-”
어, 전화다. 발신자는 ‘유라’였다. 음······. 아주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창문 밖은 깜깜한 밤······. 설마······.
나는 전화를 받았다.
<“시형아······. 어떡하지?”>
“왜, 왜 그래 유라야?”
뭔가 상당히 불안한 목소리로 유라가 말해서 나도 놀라서 되물었다.
<“학교 문 잠겼어······. 수위는 내일도 휴일이라······. 모레 아침에야 올 것 같아······. 어떡하지?”>
“뭐, 뭐라고?!”
자, 잠깐만······. 그 녀석들도 우릴 버리고 먼저 간 건가······? 그럼 그 말은 즉······.
“우리 둘만 있다는 거야?!”
<“······.응······.”>
심지어 이틀이라고?! 그럼 잠은 어디서 자······.
아니, 보건실에서 자면 되긴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일단은 보건실로 다시 올라와, 알겠지? 어떻게든 될테니깐 일단 방법을 생각해보자.”
<“응,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