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때까지만 해도 기혜는 멋진 외모와 엄청난 실력을 겸비한 조군의 차세대 대장군 후보였음. 총대장이었던 부랄머리보다 부장이었던 기혜가 훨씬 대단해보였음. 흑앵에게 밀리던 이안병을 자신의 등장만으로 분기시켜 광전사로 만들고, 앞장서서 내달려 각운을 한칼에 베어버리며 순식간에 진군을 몰아붙일 때는 그 간지가 이루 말할 수 없었음.
마지막에 환기의 심리전에 넘어가서 결국 퇴각하긴 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기혜의 문제는 멘탈이 약했던 것이고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음. 오히려 이목이나 옥수수가 숨은 명장을 재발견했다면서 띄워줄 정도였음. 그렇게 업전에도 참전한다길래 그 엄청난 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흑양을 버리고 퇴각했다는 유일한 오점을 멋지게 상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음.
그런데 현실은 더 우세한 병력으로도 오천인장인 몽염의 전술에 쩔쩔매고, 총대장인 이목이 별동대로 움직여 마광의 목까지 따줬는데도 몽염을 못 밀어버렸음... 거의 전공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주는데 그걸 못먹고 체하는 느낌? 지금은 몽염이 마남자랑 부저 막으러 가서 마광 휘하의 이름없는 장교들과 영혼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 듯.
저 멋있는 와꾸를 보면 이렇게 썩을 캐릭터가 절대 아닌데 이상하게 갈수록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