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대체....왜지...?'
요한은 생각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행복했었잖아...
아니, 나 혼자만의 착각인건가...?'
요한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아... 안 돼... 이대로 쓰러질 수는...!!'
"좀비같은 세끼... 이제 그만 쓰러져라!!"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요한의 의식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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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
요한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려라.....약자....'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소리치고 있었다.
'정신 차려라 계약자!!!'
'누구...신...지..?'
정신을 차린 요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흰 배경에 정체불명의 여자와 요한(정확히 말하면 요한의 의식) 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는... 천국입니까? 제가 죽은건가요?'
'아직 아니다 계약자. 이대로 두면 곧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요한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당신 그 날개...천사로군요.'
'그래. 나는 힘의 천사 우리엘Uriel이다. 너와 차력의 계약을 맺은 존재이기도 하지.'
'아직 제가 죽은것이 아니라고 하셨죠? 저를 다시 돌려보내 주실 수 있나요?'
'...왜지? 여기는 천국 바로 근처야. 바티칸의 신도가 여기까지 와서 굳이 돌아갈 이유가 있는건가?''
'인간계에 두고 온 게 있어서요...아주 중요한 겁니다.'
요한의 눈에는 굳은 결의가 가득했다.
'그래...? 이해는 안 가지만... 그렇게 원한다면 못 해줄 것도 없지. 돌아가라.'
그 말과 함께 요한의 의식은 빛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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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저거 뒤진건 아니겠지? 야 너희들, 저것 좀 치워라.'
조라닉은 싸움이 끝나자 몰려든 직원들에게 피투성이가 된 요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라닉은 사실 크로아티아 음지에서는 매우 알아주는 킬러로, 마리아와의 만남을 요한이 방해할까봐 바오로가 큰 돈을 주고 고용해 호텔 직원으로 위장해있던 것이었다.
"사람들 이렇게 보는데서 난장판을 벌이다니... 생각이란게 없는건가 ㅋㅋㅋ"
조라닉은 쓰러져 있는 요한을 비웃으며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조라닉은 요한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여기는... 아까 좆라닉과 싸웠던... 진짜로 다시 살아난건가...'
요한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조라닉도 그 소리는 들었는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와... 너 진짜 좀비 아니야? 그렇게 쳐맞고도 일어나네?"
요한은 조라닉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까지 요한이 써왔던 차력은 거대한 검을 소환해 휘두르는 것, 그리고 등에 날개를 돋아나게 해서 날아다니는 것,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요한의 차력은 힘의 천사 우리엘Uriel,
검이나 날개는 애초에 모든 천사들이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다.
요한이 지금까지 사용했던 차력은 그저 '천사'로써의 우리엘의 힘을 빌린것 뿐이고 '힘의 천사' 로써의 힘은 빌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우리엘Uriel과 직접적인 만남이 계기가 되었는지, 요한의 온 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힘이 흐르고 있었다.
요한의 손에는 검이 그대로 들려 있었지만 조금 힘을 주자 부서져 버렸다.
요한은 검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내 진정한 차력... 지금까지 저런걸로 싸웠던게 신기할 정도야...'
요한은 자신만만만한 표정으로 조라닉을 향해 말했다.
"야, 좆라닉. 다시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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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과 조라닉이 있는 러브호텔의 최상층인 30층.
바오로와 마리아는 한창 ???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크로아티아 최고의 호텔이라 분위기, 전망 등등 모든게 완벽했으나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ㅅㅂ 저 쿵쿵 소리는 아까 끝났나 싶더니 왜 또 나는거야? 건물도 계속 흔들리고... 요한 하나 잡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조라닉 이세끼 진짜 실력자 맞아?"
바오로는 계속되는 소음에 화가 났는지 자꾸 불평을 해댔다.
"참아 자기야~ 우리가 더 세게 흔들면 되지. 그나저나 날 보려고 저렇게나 발버둥치다니... 저 소리 들으면서 하니까 더 흥분되지 않아?"
마리아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어쩔 때 보면 소름끼쳐 마리아..."
"소름끼치긴 무슨... 저녀석 더 데리고 놀았어야 하는데 벌써 들킨게 한이다."
그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다시 ???에 전념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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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입니다."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온통 피범벅이 된 요한이 그 안에서 절뚝거리며 걸어나왔다.
"마리아.... 바오로...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