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어두운 내 방에서 밖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최대한 냉정해지려고 마음먹었지만 목소리가 높아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으로 34번 째다. 반드시 귀가해서 문을 닫은 후 바로 내 방을 두드린다.
두 세 번째에 문을 닫는 걸 그만두었다. 그 다음에 문구멍으로 봤지만 그것도 그만두었다.
어두운 판 하나 사이에 두고 허공에 있을 방문자를 상상하니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그 자신은 외할머니가 무녀였기에 이른바 '그런 것'들의 존재...는 부정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존재를 믿고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조우한 지금 솟아나는 것은 공포를 필두로 한 악감정뿐이었다.
동시에 그것이 꽤 소심했던 그의 마음을 좀먹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똑같은 말을 문밖에 대고 반복했다.
'이야기를 해서 타이른다'라는 그 방식을 딱 한 번 외할머니의 의식 같은 거에서 본 적이 있다.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분명히 말하면 되잖아. 아니, 부탁이니까 그렇게 해줘.
그 날도 대답이 없었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오늘로 72번 째. 숫자만 무작위로 적힌 메모가 쓰레기통에 쌓인다.
옆에서 보면 정신질환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정신이 말짱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반년 정도 전이었나. 가까운 맨션에서 자살한 사람이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건 이 아파트와 관련 없는 일일 것이다. '나온다'면 그 맨션에서 나와야지.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92번 째. 이제 92번 째.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은 굉장히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서 그는 자신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이제 이 며칠은 이 말밖에 기억이 안난다. 그것보다 뭔가 지금까지 평범히 말했던 말을 이 일과 바꾼 것 같은 느낌이다.
그저 희미한 기력밖에 남지않았다. 여기에 앉아서 처음으로 지금과는 다른 행동을 했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그는 자신의 방문을 용접하기 시작했다. 그 후에 베란다를 향한 창을 고정하는 부분도.
집안에 노성이 들렸지만 그런 건 상관 없다. 이제 누구도 이 방에 들어올 수 없다.
얼마나 많이 문을 두드렸을까. 얼마나 많이 문을 두드려도 이 방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식사? 응. 언젠간 배고파지겠지. 그럴 때면 용접을 벗기고 사러가면 된다.
어두운 방에 희미하게 빛나는, 방에 켠 형광등이 방안을 비추었다.
그는 웃었다.
모든 걸 끝내고 그의 뒤에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분명히 '목소리'였다.
'똑똑', '똑똑', '똑똑'
효과음을 모방하는 대회가 있다면 분명히 좋은 장소를 찾았다.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과연. 이른바 덫이구나. 넌 계속 거기에 있었구나.
밖에서 소리가 들리듯이..그런 것까지 할 수 있었나. 대단하다.
밖을 차단하기위해 용접한 이 방 안에서 밖으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침내 어두운 방안에 너덜너덜한 걸레같은 발이 보였다.
그는 타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빈정거리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만."